버려진 들판

풀조차 나지 않은 흙더미 벌판에

다소곳이 한 송이 꽃이 피었다

그 꽃이 감동으로 와 닿았다

그 아름다움이 황무지를 가리는 듯했다.


아직 핏빛이 채 가시지 않은

아직 친구를 잃은 슬픔이 남아있는

버지니아 공대 캠퍼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 모퉁이에

누군가 살인자를 위한 추모석을 놓았다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다

그것은 황폐한 세상에 핀 한 송이 꽃

그 안에 담긴 글을 읽는 순간

눈물마저 핑 돌았다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아.

나는 너와 친구가 되고 싶단다.

세상과 격리된 끔찍한 고통을 겪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니?

네게 손을 내밀지 않은 나를 용서해다오.”


그 글을 보는 순간

하나님께 참회의 무릎을 꿇었다

조그만 일에도 늘 남을 손가락질 한

우리의 옹졸함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리스도이면서도 그리스도인답지 못한

우리의 부끄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살상과 분노와 슬픔과 증오가 범벅된

끔찍한 참극의 현장

그러나 그 속에 핀 한 송이 꽃 때문에

우리는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는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 것을 보게 된다.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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