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겨울


눈 눈 또 눈이다.

이제 좀 그치려나 했는데

속절없이 내리는 눈

그 덕에 천지가 눈 세상이다.

바람 바람 또 바람이다.

이제 좀 그만 불려나 했는데

좀처럼 쉬지 않는 바람

추위에 떨고 선 나무들만 애처롭다.


처마 밑의 녹았던 고드름이

백만 년 동굴의 석회암처럼

또 다시 주렁주렁 매달리고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겨울이기 때문이다.

이 겨울에 무슨 다른 기대를 가지랴!


산 산 또 산이다.

이제 다 넘었나 싶었는데

성큼 다가선 또 다른 산

언제 평지를 볼 날이 있을 건가.

풍랑 풍랑 또 풍랑이다.

이제 좀 그만 일려나 했는데

좀처럼 쉬지 않는 풍랑

언제 잔잔한 대양을 볼 것인가.


밤새 생채기가 아물었나 싶었는데

뱃전을 때리는 파도처럼

또 다시 새 상처가 패이고


그도 그럴 것이

산다는 것이 다 그렇기 때문이다.

이 인생에 무슨 다른 기대를 가지랴!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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