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과 인디언
-전쟁이야기 (15)-
Ⅱ. 슬픈 인디언 이야기
「미국혁명의 안팎」을 넘나들며 「1812년 전쟁」과 그 와중에서 태어난 미국
국가(國歌) 이야기를 세 번에 걸쳐 말씀드렸는데 이젠 인디언 문제를 다루어야 할
차례가 되었네요.
미국 역사 속의 인디언. 이 광활한 대륙에 먼저 와 산 이 사람들을 뺀 미국역사
란 있을 수 없지요. 그것은 마치 김치 없이 차려진 한정식 같다고나 할까, 더욱이
그들이 당하는 고통을 보면 도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으니...
서북부 지역에 살던 오사지(Osage) 부족의 전설을 동화처럼 엮어볼테니 들어보세요.
먼 하늘나라 그 어딘가에 오사지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 그들에게 궁금증이
생겼어.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게 된 것일까 하는 의문이었지. 햇님에게로 가서
물었네. "너희들은 모두 내 자식이다"라고 하는 거야. 아직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 이번엔 달님에게로 갔지. "너희들은 내가 낳았고 너희들의 아버지는 햇
님이란다." 그리고 "너희들은 이곳을 떠나 땅으로 내려가서 거기 살아야 한다"
라고 달님이 말하는 거야.
땅으로 내려왔지. 그런데 글쎄 온 세상이 물에 잠겨 있지 뭐야. 그러니 예전
에 살던 곳을 찾을 재간이 있나. 엉엉 울며 하늘을 떠돌다가 도움 받을 신이
라도 어디 있는가 여기 저기 찾아봤으나 헛수고였어.
그들은 짐승들을 가지고 있었지. 그 중에 아주 영물스럽게 생겼고 또 모든
생물에게 자신감을 주는 영력을 지닌 짐승이 있었어. 엘크(elk, 큰 사슴)였지.
그에게 도움을 달라고 간곡한 청을 넣었네. 그랬더니 이 엘크가 물로 첨벙 뛰
어들지 않겠어.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바람을 부르네. 그러자 사방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와 땅에 가득 차 물을 불어버리기 시작하는거야.
처음에 바위들이 나타났지. 사람들은 그 위를 걸어다닐 수 있었지만 거기
뭐 먹을 게 있나. 물이 점점 더 줄어들었지. 드디어 보드라운 흙이 나타났어.
엘크가 기분이 짱 해져서 땅 위를 막 뒹굴어대네. 그러니 털이 빠질 수밖에.
이 털들이 여기 저기 날아가 씨처럼 흙에 뿌려지자 아 글쎄 자라기 시작하네
그려. 뾰죽뾰죽 자라나서 콩, 옥수수, 감자, 호박, 땅콩이 되고 또 온갖 종류의
풀과 나무들이 되더라 그런 이야기지.
흥미롭지요? 우리 한민족(韓民族)의 「단군신화」와 닮은 점이 있네요.
천제(天帝)이신 환인(桓因)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뜻을 품은 아들 환웅(桓
雄)에게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지상으로 내려보냈다. 그는 풍백(風伯 ․
바람의 신), 우사(雨師 ․ 비의 신), 운사(雲師 ․ 구름의 신)와 3천의 무리를 이
끌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인간을 다스렸다. 이 때 환웅은 사람이 되고
자 원하던 곰과 호랑이에게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쪽을 주어 먹게 한 후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말라고 하였는데 호랑이는 이를 못참고 곰은 참아내어 고운
여자가 되었다. 이 웅녀(熊女)와 환웅이 결혼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가 곧 단군
왕검(檀君王儉)이시다. 단군은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하고 아사달(지금의 평
양)에 도읍을 정하고 1,500여년간 나라를 다스렸다.
「첫 아메리카 인(First Americans)」 또는 「아메리카 원주민(Native American)
이라고 불리우는 인디언은 언제 어디서 와 신대륙에 살게 된 것일까 라는 질문의
고리를 풀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고고학자들(archeologists)과 인류학자들
(anthropologists)의 연구가 있어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 딱부러지는 해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를 '거대한 퍼즐 풀기'에
비유하는 학자까지 있네요.
인류의 시조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지요.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한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지던 학설이 장마에 흙담 무너지듯 하루 아침에 허물어져 내리는 일이 반
복되어 왔으니까요.
인류의 발생지 또는 근원지는 아시아라고 적어도 1959년까지는 믿어왔는데 그
아시아가 아프리카로 바뀌어야만 하는 일이 일어났지요. 그 해 여름 리키 박사(Dr.
Louis Leakey)와 그의 아내가 사람의 두개골 두 개와 이빨 40개 그리고 쇄골 한
개를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평원(Serengeti Plain)에
서였는데 연구 결과 그 뼈들은 일백만년이 넘는 사람의 것이었답니다.
1. 인디언의 조상은 누구며 그들이 맨 처음 신대륙에 온 사람들인가?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 혹 기억하고 계실런지 모르겠네요. 아시아인 특히
몽골계 인종이 베링해협(Bering Strait)을 거쳐 신대륙에 건너와 살게 되었다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 학설(즉 아시아인이 인디언의 조상이라는)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이들이 있어요. 미국과 러시아의 몇몇 학자들로 아시아인과 인디언은 그 혈액
형부터 다르다는 것을 조사해낸 것이지요. 아시아인의 주된 혈액형은 B형인데 인디
언에겐 아예 이 B형이 없다네요.
옛 이집트의 묘나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나 심볼들을 연구한 학자들도 있지요.
이것들이 인디언의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것들과 아주 유사하다면서 인디언의 조상
은 이집트에서 왔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요. 이집트인이 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디딘 인종이라고 확신하는 저명한 학자들까지 있는 모양입니다.
이 '첫 인종'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주장들이 있고, 또 아주 먼 옛날에 많은 나
라 사람들이 신대륙을 다녀갔다는, 전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지만, 설
들이 있는데 퍽 재미나는 이야기니 한 번 들어보세요.
기원전 6세기 경에 쓰여진 것으로 보이는 페니키아인(Phoenicians)의 비문
(inscription)이 1870년 남미 브라질에서 발견되었답니다. 솔로몬 왕이 성전을 지을
때 레바논의 백향목을 공급한 이가 두로왕 히람이라고 성서에 쓰여 있지요. 이 두
로 사람들이 페니키아인인데 그들은 항해술이 뛰어나 능히 먼 바다를 건널 수 있었
으리라는 것이지요.
사도 도마(Apostle Thomas)는 인도에서 순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분이 남
미 페루를 방문하셨다는 전설도 있다네요.
서기 458년 다섯 명의 불교 승려들이 신대륙을 다녀왔다는 중국 전설도 있고 그
외에도 히랍인, 아이리쉬, 힌두인, 심지어 일본인까지 다녀갔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몰몬교(Mormons)의 「사라진 이스라엘 열 지파(Ten Lost Tribes of Israel)」 설
이 흥미롭네요. 그들은 그 열 지파 유대인들이 인디언의 조상이라고 지금도 철석같
이 믿고 있답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구하고 있었는데 지난 번 설교차 오신
강충욱 목사님이 두툼한 책 한 권을 주고 가셨지요. 나단 아우스벨이 편집한 「유
대 예화 보고」.
호세아 구년에 앗수르 왕이 사마리아를 취하고 이스라엘 사람을 앗수르로 끌어다가
할라와 고산 하볼 하숫가와 메대 사람의 여러 고들에 두었더라. (열왕기하 17장 6절)
「유대 예화 보고」엔 이런 글이 실려 있습니다.
북왕국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살만에셀(사르곤 2세)에 의해 앗수르에 포로로 잡혀간
뒤에 역사적 지평에서 사라졌다. 말하자면, 영원한 망각 속으로 함몰되어 버린 것이다.
열 지파로 형성되었던 북이스라엘 왕국이 패망한 해가 기원전 722년인데 남유다
왕국은 이로부터 136년을 더 지탱해 오다가 결국 바벨론에 의해 망하게 되지요.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던 유다와 베냐민 지파의 히브리인들은 얼마 뒤에 귀국하게
되지만 나머지 열 지파는 어디론가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중세 이후 이 사람들의 발견 소식이 유대인 여행자들을 통해 들려오기 시작했답니
다. 이 책엔 신대륙을 방문한 어느 유대인이 인디언을 만났고 그들을 통해 인디언
이 사라진 지파라는 확신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싣고 있으며 세계 여러 곳에서 그
유대인들을 만났다는 여행기도 실려 있네요.
2. 신대륙에 들어간 경로
여러 가지 설이 있지요. 북쪽의 그린랜드(Green Land)를 거쳐 들어왔다느니, 더
따뜻한 남부 태평양이나 또는 대서양 쪽으로 배를 타고 왔을 것이라는 설 등등.
그러나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설이 「베링해협 경유설」이지요. 인
디언의 조상이 누구였든 그들은 이 해협을 건너 신대륙으로 들어왔다는 주장입니
다. 그들이 건넌 이 해협의 그 당시 상태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지요. 까마득한 옛
날 빙하기에 꽁꽁 언 얼음 위를 걸어갔다는 설과 「육교설(陸橋說, Land-Bridge
Theory)」이라고 그 곳에 육지 같은 다리가 있었다는 설입니다.
베링해협은 시베리아 동북쪽 끝에 있는 조그만 척치반도(Chukchi Peninsula)와 그
건너편 알라스카의 수워드 반도(Seward Peninsula)가 서로 입맞춤 하듯 마주보고 있
는 곳(56마일)을 일컬음이고, 그 일대의 바다를 베링해(Bering Sea)라고 부르는데 이
'베링'이란 명칭이 사람 이름이라는 것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18세기 초 러시아 황제
「피터 대제」의 위임을 받고 이곳을 탐사한 사람이 있지요. 덴마크인 항해사로 험난
한 이 임무를 16년에 걸쳐 완수해내는데 그의 이름이 Vitus Bering입니다.
3. 신대륙에 언제부터 살았으며 어떤 형태의 삶을 살았을까?
20세기 초까지 대부분의 학자들은 고작 2,000 내지 3,000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온 학회가 화들쩍 놀라버리는 일이 생겼지요. 뉴멕시코의 팔삼
(Folsom)이란 곳의 마른 개울에서 창 끝(spear head)이 박힌 버팔로(buffalo)의 뼈
가 발견된 것입니다. 맥잔킨(George McJunkin)이란 흑인 목장 노무자가 발견한 것
인데, 이 버팔로는 현재 살고 있는 버팔로와 다른 짐승으로 8,000년 전에 이미 멸
종되었다고 하니 인간이 신대륙에 산지가 적어도 8,000년은 되었다는 것 아니겠어
요. 그 때 살던 사람들을 팔삼인(Folsom People)이라고 부르지요.
8,000년 전이라면 이집트인들이 피라밋을 세운 것보다 3,000년은 앞선 것인데
어떻게 이집트인이 인디언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 발견 이후 더 많은 연구가 있게 되어 지금은 적어도 15,000년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답니다.
알라스카로 건너온 이들은 따뜻한 기후와 더 살기 좋은 땅을 찾아 남쪽으로 서서
히 내려오게 되지요. 북미를 거쳐 중미 그리고 남미 끝까지, 이 광활한 대륙 여러
곳에 흩어져 살게 된 것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상륙할 즈음인 1400년대, 인디언 수는 통털어 2천만명 정
도였다는데, 북미주엔 약 5백만 명이 살고 있었으며 그들은 600이 넘는 부족에다
500개 이상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답니다.
오랫동안 미국 학교에서의 인디언에 대한 교육은 그들이 단지 농부거나 사냥꾼
정도의 야만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으나,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 결과 인디
언은 교과서적 가르침 이상의 여러 가지 문화와 사회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아내게 되었지요. 중미인 멕시코의 아즈텍(Aztecs) 왕국이나 남미 페루의 잉카
(Inca) 제국 같이 화려한 문명을 가진 인디언들도 있었고.
농경문화만 해도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인들처럼 그 비슷한 시기에 크게
개발하게 되어 옥수수 재배법이라든가 초콜렛 만드는 법, 땅콩 재배법, 목화로 옷
짜는 법 등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비극은 그들에게 문자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문자 없는 족속이 문자있는
사람들을 무슨 수로 당해낼 수 있겠어요. 이 문자 있는 침입자 백인들이 '고상한
야만인(Noble Savages)'이라고 불렀던 인디언, 그들이 걸어가게 되는 고난의 가시
밭길, 그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릴께요.
주안에서 샬롬.
✎ 이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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