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회개‐Kite Runner 보기‐
진정한 회개
‐Kite Runner 보기‐
얼마전 이 영화의 동명의 원작소설을 쓴 소설가가 UB에
초청되어 강연을 했다고 들었다. 그 소설가는 Khaled
Hosseini 이란 분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이다. 원래 의사였는데 Kite
Runner 소설이 성공을 거둔 후, 이제는 아예 작가로 활동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집 둘째 아이가 그 강연을 들으러
갔었는데,상당히 상기된 모습으로 돌아왔다.소설과 영화
에 얽힌 뒷이야기들과 차별받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강연
자의 호소를 인상깊게 들었던 것 뿐 아니라, 강연자의 직업
적인 배경에도 흥미를 느꼈던 것 같다. 우리 둘째는 문학에
꽤 재능이 있는데, 필자는 부모로서 아이가 문학을 전공하는 것에 대해선 조금 우
려를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도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 아이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에 고무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필자도 이 영화를 아주 인상깊게 보았다. 무엇보다 타문화권 배경의 이야
기가 문화의 경계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
이 좋았다.이 영화는 원작자의 모국인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 문화에 대해 보다 깊이있는 묘사가 가능했을 것이다. 보는 이들에게는
배경이 생소한 문화라는 점이 오히려 더 흥미를 일으키는 장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도 잘 쓰고 또 잘 만들
면,역시 비슷한 좋은 반응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그럼 우리나라 문
화도 보다 깊이있게 전달하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영화의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난 소년 Amir이다. 아버
지는 정의감으로 꽉 차있는 강직한 분이었는데, Amir의 유약한 성격에 늘 좀 불만스
러워했다. 그런데 Amir는 자신을 출산하다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아버지가 자기를
미워한다고 믿고 있었다. Amir에게는 끔찍히 자기를 위해주는, Hassan이라는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그는 그 가정에서 대를 이어 일해온 하인의 아들이었다.Amir에 대한
Hassan의 무조건적인 충성에 어떤 아이들은 노예근성이라고 놀려대기까지 했다.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의 큰 놀이인 연날리기가 있던 날, Amir와 Hassan은 Amir
아버지가 지니고 있었던 기록을 깨며 많은 연들을 끊어내고 큰 승리감을 맛본다.
그런데 이날, 늘 이들을 고깝게 여겨오던 폭력배 아이들이 Hassan을 성추행하고구타한다.승리의 전리품인 연을 내놓으라는 그들의 요구를,그 연은 Amir의 것이라며 Hassan이 거부했기 때문이었다.이 장면을 뒤따라갔던Amir가 목격한다. 하지만 그는 폭력배들에게맞설 용기가 없어 그냥 숨어 지켜보기만 했다. 이후 Amir는 Hassan을미워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죄책감을오히려 미움으로 발산한 것이다. 결국 Amir는 Hassan에게 도둑의 누명을 씌워 집에서 쫓아내고 만다.이후 Amir의 가정은 소련의 침공을 피해 달아나 미국으로 망명하고, Amir는 성년으로 자라 소설가가 되고 결혼도 한다.그동안 아버지는 돌아가셨다.그런데 첫 책이 출간되는 날, Amir는 아버지의 옛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는다. 그는 Amir의 글솜씨를 알아주고 늘 격려해주던 분이었다.전화에서 그 분은Amir에게 파키스탄에 있
는 자신을 만나줄 것을 청한다.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그 청을 뿌리치
지 못해 그를 찾은 Amir에게 그 아버지의 친구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와 아주 힘든
과제를 Amir에게 남긴다.
우선 Hassan이 자신의 이복형제라는 것이었다. 또 Hassan과 그 아내가 탈레반
에게 죽임을 당하고 아들을 하나 남겼는데, 그 아들을 구해서 미국으로 데려가 달
라는 것이었다.처음엔 그토록 완벽했던 아버지의 외도 사실에 반신반의하고,또
조카의 구출작업에 예상되는 위험 때문에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던 Amir는, 결국
그 청을 받아들이고 고향으로 잠입한다. 조카는 고아원에서 탈레반 지도자의 성노
리개로 팔려 탈레반 아지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 조카를 구하고자 탈레반 소굴까
지 찾아간 Amir는, 그를 알아본 탈레반 장교 – 그는 Hassan을 성폭행했던 이였다 ‐
에 붙들려 거의 죽을 뻔하기도 하지만,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결국 조카를 구출해
내고 미국으로 무사히 돌아온다.오랫동안 마음을 열지 않던 조카는,어느 날 연을
날리며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해주는 Amir에게 마음을 열고 한 가족이 된다.
영화의 내용 중에는 약간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너무 서구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라고도 여겨졌다. 소
련을 침략국으로 규정하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소련군이 난민 중 젊은 아녀자를
골라 성추행하려는 장면을 집어넣은 것이라던지,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는탈레반의 모습,탈레반의 지도자가 어린 아이들을 성노리개로 삼는 부분 등은,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때문인지 영화에 출연했던 몇 아동배우들이 위험을 느끼고 아랍 에미리트로 망명을 해야했다고 들었다.
하지만,여전히 이 영화에서는 공감을 주는 소재들이 많이 발견된다.완벽주의자
아버지와 유약한 아들 사이의 갈등과 사랑. 아버지는 아들에게 불만이 있고 또 공
공연하게 나무라기도 하지만, 역시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라면 생명을 내놓을 정
도로 그를 사랑하는 존재이다. 자신의 잘못을 미움으로 감추려는 어린 마음의 시도
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문제 아닌가. 그저 완벽하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상
상하지 못했던 실수.이 또한 현실이다.이국땅에서 어렵게 살면서 자녀들에게 헌
신하고, 그러면서도 늘 고국을 잊지 못하는 이민의 생활도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프가니스탄이란 중동국의 이국문화가 우리나라의 문화와 유사하다는 점에도 호기
심이 갔다. 남녀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나는 것을 부모들이 꺼려하고 부모를 통해
결혼승락을 받는 것은, 남녀칠세 부동석 등 우리나라의 얼마 전까지의 풍속과 유사
했다.
연날리기도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놀이문화이지 않은가.이런 여러가지들을 넘어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감동을 주는 장면을 들라면, 역시Amir가 조카를 구출하기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는 어릴적 Amir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니 어릴 적이든 어른이든 원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그는 겁많고 소심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놀림을 당하고 심지어 주먹에 맞아도 상대에맞서질 못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그 위험천만한 일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일까?그것은 아버지 친구가 했던 한 마디 때문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는 Amir에게 조카를 구출할 것을 청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There is a way to be good again.”
그는 Amir이 Hassan에게 했던 못된 일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Amir를
정죄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Amir에게 회복의 기회를 주고자 했다. 그는 Amir에
게 자신의 어린 시절 Hassan에게 행했던 잘못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카
를 구출하는 것이 옛날의 잘못을 회복할 기회라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 Amir는 아
버지 친구의 그 한마디 권고에 용기를 내어 회복의 길을 나섰다. 진정한 회개의 길
을 나섰다.크리스챤인 우리는 때로 회개의 의미를 죄를 뉘우치는 선으로 한계지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예수님의 조건없는 용서와 사랑에 너무 취해서일까?죄를 깨
닫고 이를 고백하고 예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것까진 좋은데, 문제는 이에 그쳐버
리고 이후에 당연히 뒤따라야 할 죄의 개선이 없다는 것이다. 회개란 죄에 대해 돌
아서는 것을 의미한다. 믿을 뿐만 아니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감히 진정으로 회개했
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그래서 어떤 이는“복음은 우리를 율법에서 은혜로 인
도하고,은혜를 체험한 후에는 다시 율법으로 돌아오게 한다”라고도 말했다.
나치정권에 대항하다 처형당했던 신학자 본 회퍼는 순종없는 은혜, 십자가 없는
은혜를 “값싼 은혜”라고 불렀다. 참된 은혜에는 반드시 올바른 순종이 수반된다.
“은혜에 의해 순종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은혜에 의해 올바른 순종이 비로소 시
작되는 것이다.” 돌아보면 필자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주위에 값싼 은혜가 넘쳐나
는 것 같다.믿는 이들은 많으나 믿음의 삶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믿는 이나 믿지
않는 이나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믿는 이들이 더 못됐고 매력이 없
다.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고있고,언제부터인가 크리스챤이라고 밝히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신 것은 우리의 죄를 용서하신 것 뿐 아니라,
우리로 회개토록 하신 것이다.우리가 다시 선하게 될 길을 열어주신 것이다.마치
Amir의 아버지 친구가 Amir을 정죄하지 않고 용서하되, 회복할 길을 제시해준 것
처럼 말이다.아무쪼록 우리 모두 진정한 회개의 믿음생활을 하길 바란다.용기를
가지고 옛 자아를 직시하고 이에 대항함으로써 옛 사람을 극복하고 이겨가길 바란
다. 그래서 Amir가 오랜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해방을 맛보았듯이 진정한 구속의 기
쁨을 맛보길 바란다.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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