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한국어학교 새 학기를 시작하며
샬롬! 2006년 3월 12일, 이 날은 저희 교회에 오랫동안 없었던 한국어학교가 다시 세워지고, 12주 과정의 그 첫 기, 첫 수업이 시작된 날입니다. 이 날은 한국어학교를 맞게 된 제게도, 그리고 저희 교회 모든 성도님들께도 뜻 깊은 날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처음 시작하는 한국어학교이었기 때문에 경험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제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지만, 여러 성도님들의 관심과 기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국어학교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첫 학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점 하나님께, 그리고 격려해주시고,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드립니다.
버팔로 한국어학교를 세우고, 학교 운영방안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또한 여러 선생님들과의 교사회의를 통해서 느꼈던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말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 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던 점은 우리 아이들이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 지도 모르고, 그저 한국어를 배우라고 하니까 재미없는(?) 한국어를 반강제적으로 배우는 것 같았습니다. 이 점은 지난 한 학기 내내 고민해왔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국어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제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면 중에서 가장 큰 목적은 아마도 의사소통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단지 의사소통의 도구만은 아닙니다. 언어는 사회와 문화를 반영합니다. 우리가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미국 문화를 배우고 알아가듯이 한 나라의 문화, 역사, 사회,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해선 그 언어에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국에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갈 아이들에겐 한국어가 중요하지 않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말을 하지 않아도 친구들, 가족들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니, 더욱 한국어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혹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단지 한국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의 뿌리가 한국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내 나라의 문화를 배우고, 내 뿌리를 알아가는 데 있어서, 그 첫 번째 단계는 내 나라의 말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곳에서 자란 아이들에겐 미국의 문화와는 사뭇 다른 한국의 정서와 문화와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부모가 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내 부모가 아닌 것이 아니듯이, 한국어가 귀찮고, 당장 내게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내가 배울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은 이 곳 미국 땅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말을 가르치고 싶은 것이 버팔로 한국어학교의 목표이자, 제 소망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려주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한국의 국력이 미국의 국력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우리는 말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고도,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도 우리는 굳이 말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무의식적 사고와 행동이 우리말인 한국어 교육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버팔로 한국어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장으로서, 또한 개인적으로는 언어학자로서, 자꾸만 우리의 말인 한국어가 비인기 언어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소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어에게 우리의 안방자리 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어로 말하면 멋져 보이고, 한국어를 하면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어는 우리의 일부입니다. 우리의 일부인 우리말을 모른다는 것은 흡사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한국어가 지금 당장에는 재미도 없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어는 우리의 일부이기 때문에,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재미와는 상관없이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어는 우리의 일부이고,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영어가 좀 더 중요한(?) 과목이라고 해서, 영어교육만 중요하고, 당장에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는 한국어는 뭐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배우겠지 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그것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왜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가르치는 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필요로 했던 것은 한국어 교육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심심풀이 수업이 아니라, 한국인 혹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꼭 배워야 할, 익혀야 할 과목으로서 한국어를 공부를 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어 학교에서의 수업이 집에서도 연장되어서, 집에서도 한국어를 사용하며, 익힐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고 배울 수 있도록, 저희 한국어 학교에서는 다양한 소재로 한국어 수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 학습의 필요성을 느끼고, 한국어 학습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버팔로 한국어학교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학부모님들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어 학습이 가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연장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저희 한국어학교의 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시고, 특별히 곧 시작될 가을학기 수업을 위해서 많은 지원과 기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호
- 2006년 8월 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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