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들리 효과’


요즘 미국이 대통령 선거 때문에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이는 대선이 불과 한
달 보름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 공화당 양당 모두 전당대회를 통
해 정부통령 후보자를 결정한 가운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였다. 민주당에서
는 ‘바락 오바마’가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대통령 후보로 공식 추대된
가운데 ‘죠셉 바이든’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첫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였고, 공화
당에서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추대된
속에 ‘세라 페일린’이란 젊은 알래스카 여성 주지사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공식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이번 미 대통령 선거는 양당 모두 경선 때부터 전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며
진행이 되었다. 사실 경선대회에서 가장 파란을 일으킨 사람을 들라면 ‘바락 오바
마’를 들 수 있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선전하기는 하겠지만 결국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결정되리라 생
각했다. 이는 그만큼 경륜이나 능력이나 준비에 있어 모두 ‘오바마’를 능가하기 때
문이었다. 그러나 ‘힐러리’가 너무 방심한 탓인가?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민은 민
주당 대통령 후보로 ‘오바마’를 선택하였다. 이는 그가 젊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그에게서 미국의 변화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미국민은 ‘변화와 개혁’에
있어 힐러리보다는 오바마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반면에 공화당에서는 보수적 색채가 뚜렷하고, ‘강한 미국의 건설’에 적임자라
생각되는 매케인 상원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 무엇보다 그는 테러와의 전
쟁 등을 비롯해서 보수적인 공화당의 정책을 수행할 의지와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기도 하거니와 사실상 그 외에 마땅히 내세울만한 인물이 없었던 것도 이유라면 이
유라고 할 것이다. 그로 인해 사실 정가에서는 일찌감치 ‘오바마’가 의외로 쉽게 대
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지 않겠는가 하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기까지 하였다. 이는
‘부시’ 행정부에 실망한 미국민이 이번엔 ‘민주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소위 ‘민주당
대세론’과 ‘오바마’가 변화를 원하는 미국민의 바램에 더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공화당에서는 전당대회를 가지며 의외의 히든 카드를 뽑아들었다.
그것은 부통령 후보로 전혀 생각지 못한 인물을 내세운 것이다. 바로 현 알래스카
주지사인 ‘세라 페일린’이라는 젊은 여성을 내세운 것이었다. ‘세라 페일린’은 올해
44세의 젊은 여성으로 지난 2006년에 알래스카 주지사에 당선된 정치 초년생이기도하였다. 공화당의 이 같은 ‘히든 카드’는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세
라 페일린’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마자 곧바로 ‘페일린 신드롬’이라고 부
를 정도로 전 미국이 충격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이제껏 공화당의 큰 약점으로 평가된 것이 있다면 대통령 후보가 너무 나이가
많다는 것과 그 색채가 ‘부시’ 현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미국민이 공화당을 외면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해왔던 것
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세라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움으로 이 모든 염려들을
일순간에 다 날려버린 것이다. 그녀는 젊을 뿐만 아니라 알래스카 주지사에 당선된
후 불과 2년 만에 알래스카 주 정계에 고착화된 관행을 뿌리 뽑는 개혁을 단행할
정도로 ‘개혁적인’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같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움으로 현재
미국민들은 공화당에 열광을 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표까지 끌어 모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는가! ‘세라 페일린’으로 인해 공화당은 지금 한껏 고무된
분위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나타난 여론조사에 의하면 공화
당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그럴지라도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전히 민주당의 ‘오바마’ 진영이 앞서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페일린 효과’로 인해 존 매케인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기는 하지만 판세는 ‘오바마’쪽으로 여전히 기울어 있다는 것이다. 11월 4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54일 남겨둔 지난 11일 ABC 뉴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
한 미국 주요 언론들이 분석한 대선 판세에 따르면 매케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기는 하나 실제 격전지에서는 여전히 오바마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모르는 일이다. 비록 여론조사 결과는 ‘오바마’ 후보가 앞서고 있
다고는 하지만 가장 큰 변수가 하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바로 ‘브래들리 효과
(Bradley Effect)’라는 것이다. ‘브래들리 효과’는 지난 1982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
거에서 유래한 말이다. 당시 LA 시장 출신으로 민주당 후보인 흑인 톰 브래들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백인 후보를 앞섰으나 막상 투표한 결과 1.2%라는 근소
한 차로 패하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인가 조사한 결과 백인 유권자들 중에 여론조사
때 ‘브래들리’에게 투표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백인 후보를 선
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많은 백인들이 여론조사 때는 인종편견이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 흑인 후보를 선택했다가 정작 투표할 때는 백인후보를 선택한 것
이다. 이때부터 ‘브래들리 효과’(Bradley Effect)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지난 1989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흑인 후보인 더글러스 와일더가
출구조사에서 공화당의 백인후보를 10% 이상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개표에서는0.3%의 아슬아슬한 표차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 때문에 ‘브래들리 효과’는 다른 말
로 ‘와일더 효과’(Wilder Effect)라고도 한다.

투표를 함에 있어 내가 누구를 찍든 그게 무슨 잘못이겠는가? ‘브래들리 효과’의
문제가 있다면 말과 실제에 있어 다른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
별히 사람들이 은연중에 인종편견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 그것이 문제라고 하겠
다. 그 같은 ‘브래들리 효과’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여전히 이 미국 땅엔 백인들이 더 많으며, 그들 가운데 여전히 많은 사람
들이 은연중에 인종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오바마’ 후
보 진영에선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브래들리 효과’는 선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브래들리 효과’는 늘 존재하지 않나 싶다. ‘브래들리 효과’란 한 마디로 겉 다르고
속 다르게 행동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긴 하겠지만 이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닌가 싶
다. 문제는 그 정도가 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만 보면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브래들리 효과’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즉
신앙생활에 있어서 말과 실제가 다른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 앞
에서’ 자주 그러한 것을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바르게
살겠노라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겠노라고, 하나님 뜻대로 살겠노라고 결심들을 하
곤 하는가? 그러나 가만 보라! 실제 그 결심대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 이
야말로 말과 행동이 다른, 즉 겉과 속이 다른 모습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는 ‘브래
들리 효과’와는 조금 다른 것이긴 하다. ‘브래들리 효과’는 다분히 의도적인 배신(?)
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나님 앞에서 표리부동한 것은 인간의 한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우리의 부족한 인간성 혹은 죄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브래들리 효과’- 이는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심이
서있지 못한 사람, 편견의 사람, 표리부동의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
으로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 같은 현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인종과
편견을 넘어서서 정말로 적임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그
리스도인들에게 그 같은 현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즉 모두가 다 사람 앞에서나 하나
님 앞에서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며 말한 대로 행동
하고 실천하는 그 같은 사람들이 다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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