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 없는 벽’


나는 예배당 아래층에 있는 남자 화장실에 들어설 때마다 매번 신기한 생각으로
벽을 바라보곤 한다. 이는 흠집 하나 없는 벽이 너무나 놀랍기 때문이다. ‘흠집 없
는 벽’이 무슨 놀라운 일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
는 지난 5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당시 주일 모임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갈 즈음에 남자 화장실에 물이 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른 달려가 보았더니 이게 웬 난리인가? 남자 화장실에 홍수가
난 것이 아닌가? 바닥이 온통 물에 잠겨 있었다. 게다가 물이 Hallway까지 새어나
오는 것이 아닌가! 일단 수도를 잠가 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긴
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날 다급히 Plumber(배관공)에게 연락을 취하였다. 그러자 곧바로 Plumber
두 사람이 교회를 찾아왔는데 그들은 수도를 다시 틀고는 물이 새는 여부를 곧 확
인하였다. 그러더니 자기들도 어디서 물이 새는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 사방 벽을 다 뜯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가슴이 덜컹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보통 대공사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일단 급한 대로 그들은 어디서 물이
새는지 나름대로 진단을 하더니 화장실 내 한쪽 벽을 망치로 사정없이 부수는 것이
었다.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속으로 기겁을 하였다. “아니 저렇게 벽을
망가뜨리면 나중에 공사가 커질 텐데..” 내심 걱정이 앞섰다.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
였다. 그들이 벽을 부수자 그 안에 있는 파이프라인이 드러났는데 정확하게 그 지
점의 파이프가 터져있는 것이었다. 그들 말로는 파이프가 동파(凍波) 되었다는 것이
었다. 즉 겨우내 얼었던 파이프가 봄이 되면서 팽창되어 터졌다는 것이었다. 그들
은 뚝딱뚝딱 파이프를 교체하더니만 30분도 안되어 작업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렇
게 해서 화장실에 물이 새는 문제는 깨끗이 해결이 되었다. 정말이지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대단한 솜씨가 아닐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디가 어떻게 잘못
되어 물이 새는지도 모르는데 그들은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데 30분도 채 걸리
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게 화장실의 물새는 문제는 무사히 해결을 했는데 이제는 흉하게 훼손된 벽
이 문제였다. 수도관 공사를 마친 기술자들에게 벽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만
자기들은 알바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참으로 황당한 답변이 아닐 수 없었다. 자기
들은 배관 공사를 하는 사람들일 뿐이고 수도관 수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벽을 부
순 것뿐이니 벽을 수리하는 일은 우리가 알아서 ‘목수’에게 연락을 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흉하게 뜯겨진 벽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큰 공사가 되겠거니 걱정부터 앞섰다.
내 생각엔 벽을 모두 뜯은 다음 새로 벽을 세워야 할 것처럼 생각되었다.
다음날 목수에게 연락을 했더니 바로 목수가 달려왔다. 그는 부서진 벽을 보더니
큰 문제가 아니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에
화장실 벽을 보았더니 말끔하게 깨끗이 고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언제 벽을 부순 적
이 있기나 했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참으로 신기하고도 놀랄만한 솜씨가 아닐
수 없었다. 정말 ‘목수’란 대단한 기술자구나 나는 혼자서 연신 감탄을 쏟아내었다.
그때 이후 나는 남자 화장실에 갈 적마다 그 고친 벽을 보고는 매번 혀를 내두르곤
한다. 그리고 우리 삶엔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곤 한다.
지난주일 회보에 김성민 장로님께서 ‘도구’란 제목의 칼럼을 적어주셨다.

최근 집을 여기저기 수리하면서 도구(장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너무나 엄청
난 것을 경험하셨다는 내용의 글이었다.(9월 21일 회보 칼럼 참조) 특히
Drive-Way를 수리한 내용에 대해 적어주셨는데 사실 난 그 글을 읽으면서 김 장로
님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어떻게 전문가도 아니면서, 해본적도 없는
집 앞 Drive-Way를 혼자서 수리할 생각을 다할 수가 있을까? 나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다 무조건 사람을 부르고 말았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장로님은 적합한 장비를 가지고 혼자 힘
으로 집 앞 드라이브웨이 공사를 다 끝마치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삼 모든 일에
있어 ‘장비’의 있고 없고의 차이가 무척이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실 이는
백번 옳은 말이 아닐 수 없다. ‘장비’의 있고 없고는 일의 진척여부에 큰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어떤 땐 일의 성사 여부까지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도구(장비)란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가 있다고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장비도 사용할 줄
알 때 ‘장비’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장비라 할지라도 무용지
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김성민 장로님이 홈디퍼(Home Depot)에서 빌
려서 사용했다는 그 장비를 내가 빌렸다면 나 역시 장로님처럼 집 앞 드라이브웨이
를 수리할 수 있었을까? 어림없는 얘기이다. 이처럼 장비도 쓸 줄 아는 사람의 손
에 들려야 제대로 장비구실을 하는 것이다. 또한 장비를 쓸 줄 안다고 해도 모든
일이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비를 가지고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란 꼭 필요한 것이다. 이는 일반 사
람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전문가’는 훌륭히 해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파이프
공사’나 ‘벽 공사’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이는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이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장
비’란 꼭 필요하다. 장비가 있으면 그만큼 신앙생활에 큰 도움을 얻을 수가 있다.
모든 장비 가운데 가장 유익한 장비,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꼭 구비해야 할 장비가
있다면 무엇보다 ‘하나님 말씀’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믿음의 유익과 성장에 있어
서 또한 그리스도인이 천로역정을 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장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장비’보다 더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얻는 것이라 할 것이다. 말했듯이 아무리 장비가 뛰어나도 전문가가 하는 것만 하
겠는가? 이는 영적인 일에 있어 더욱 적용되는 얘기이다. 생각해보라! 세상일조차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수월치 않은데 영적인 일에 있어서는 오죽하겠는
가? 따라서 삶의 문제, 믿음의 문제에 있어선 더더욱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면 삶의 문제, 믿음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찾아야 할 ‘전문가’는 누구인
가? 바로 모든 것의 해결사 되시는 ‘하나님’이시다. 그분은 못하실 것이란 없는 분
이시다. 그분이 한번 개입하시기만 하면 모든 문제는 깨끗이 해결되고야 만다. 이
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얘기이리라. 그러면 어떻게 ‘전문가’ 되신 하나님을 찾을 수
있는가? ‘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 회보에 김성민 장로님께서 ‘기도’를 믿음생
활의 소중한 장비로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러하다. ‘기도’야말로 모든 장비 가운데
‘최고의 장비’이자 또한 모든 장비를 초월한 최고의 길에 해당하는 것이다. 왜냐하
면 그것은 우리 삶 가운데 모든 것의 전문가 되시는 ‘하나님’을 불러들이는 ‘하늘
직통전화’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도’란 얼마나 굉장한 것인가?

사노라면 우리 삶 가운데 이런저런 문제들이 생길 수 있다. 어떤 땐, 수도가 터져
물 난리가 나듯 우리 삶 가운데 이런 저런 난리가 터질 수도 있다. 혹은 흉하게 부
서진 벽처럼 우리의 삶이 흉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가 할 것이 있
다면 스스로 서투른 재주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곧바로 ‘하늘 직통전화(기도)’를 통
해 모든 것의 전문가 되신 하나님을 찾는 것이다. 그분은 우리의 요청을 받자마자
곧바로 우리 삶 가운데 찾아오셔서 우리가 처한 ‘난리’를 수습하시고 우리의 흉한
삶의 상황을 깨끗이 수리하실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최고의
솜씨로 말이다. 왜냐하면 그분은 ‘최고의 전문가’이시기 때문이다. 그 같은 전문가와
함께 하는 삶은 얼마나 감사하고 신나는 삶인가? 아무나 이 같은 삶을 경험하는 것
이 아니다. 오직 ‘전문가’를 찾는 사람들 그들만이 이 같은 삶을 경험할 수 있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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