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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만한 물가    버팔로 한인장로교회의 주간 회보인 쉴만한 물가의 글을 올린 블로그 입니다. 버팔로 한인장로교회의 홈페이지(http://www.bkpc.org)나 블로그 pdf 게시판(http://bkpc.org/zb41/zboard.php?id=bkpc_pdf)로 가시면, 쉴만한 물가를 PDF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가로등 사랑
목회자 시/칼럼/시 - 포도나무 향기 | 2008년 05월 14일 01시 23분

가로등 사랑


1

며칠 전엔가

유학생 한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그 소식을 듣고서는

어머니가 한 걸음에 달려오셨다.

이웃 도시도 아니고 타주도 아닌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에서-

처음엔 그 얘기에 감동되었으나

사실 특별한 일도 아니리라

이는 어머니이기에 가능한 일

어떤 어머니인들 안 그러랴!


지난 겨울

늙으신 어머니께서 빙판에 넘어지셨다.

손목에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으셨다 한다.

그 같은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내달기는커녕

전화로만 걱정시늉을 할 뿐이었다.

이제는 어떠시냐고 아예 묻지도 않는다.

참 나쁜 자식이 아닐 수 없다.


2

제 옷 하나 사 입지 않고

제 얼굴 하나 치장하지 않고

어지간히 아끼며 사는 아내가

대학 간 자식이 옷 하나 사겠다면

덜렁 돈을 보내준다.

자식이 친구와 여행을 하겠다면

그러라며 은행으로 좇아간다.

그럴 것 없다고 타박해도 막무가내다.

내 아내뿐이겠는가?

어느 어머니인들 안 그러랴!


전화 한 통 없는 자식

공부 때문에 바쁜 줄은 알지만

무심한 녀석이라 나무라면서

괜스레 서운한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정작 나는 늙으신 어머니 생신 때

전화 한 통 드리지 못했다.

아니 어찌 하다 생신이신 것도 잊고 보냈다.

참 나쁜 자식이 아닐 수 없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주신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아들 녀석이 제 에미 사랑을 알까 싶으면서도

나는 벌써 그 사랑을 잊은 지 오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쁜 자식이다.


3

동네 어귀에 가로등이 있다.

신기하게도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저 혼자 켜졌다가

얼마쯤 후에 저 혼자 꺼지는-

문득 그 가로등이 자식들의 모습

내 모습만 같았다.

달빛처럼 변함없는 어머니의 사랑과는 달리

그저 가끔씩만 켜졌다 이내 꺼지는,

그저 가끔씩만 어머니를 떠올리는,


오늘도 그 가로등 앞을 지나며

참 나쁜 자식이 생각나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그 가로등을 지나쳐 간다.


-어머니 주일에 부쳐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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