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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재앙 그 후
목회자 시/칼럼/칼럼 - 푸른 초장 | 2008년 03월 15일 13시 46분
 

검은 재앙 그 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작년 12월 초순쯤엔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궁금해서 한 국 뉴스를 들여다보았더니 아니 이게 웬 난리인가!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온 서해안 바다가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아 닌가.우리나라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터졌다는 것이다.그래서인지 모든 뉴 스들은 대통령 선거에 아랑곳없이 온통 그 사건보도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나 역 시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없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태안반도 원유유출 사고에 대한 보도에만 눈길이 갔다. 뉴스 영상을 통해 본 태안 앞바다의 실상은 보 통 처참한 것이 아니었다.바다인지 기름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사고의 원인인즉 해상 크레인을 실은 예인선이 인천항을 떠나 남해 거제도를 향 하던 도중 큰 풍랑을 만나면서 항로를 이탈하여 태안 주변에 있던 유조선과 충돌함 으로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기름 탱크가 깨어지면서 상당량의 원유 가 유출되었다는 것인데.처음엔 기상악화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천재(天災) 로만 생각했지만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요즘 유조선과의 충돌 사고는 오히려 인재(人災)쪽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즉 유조선과 대형크레인이 충돌하기 1시 간 전부터 그 상황이 예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교신이 되지 않아 그와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전에 제대로 조치를 취했더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는 것이다.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재난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늘 그렇듯이 이번 원유 유출사고 역시 제대로 규정을 지키지 않은 대충 대충의 행정과 안전 불감증 의식에서 나온 재앙이었다고나 할까.


이번에 유출된 기름은 일만 톤이 훨씬 넘는 양이라고 한다. 그로 인해 서해안은 바다색깔이란 온데간데없이 마치 거대한 양의 먹물을 풀어놓은 듯 시커먼 색으로 채색되어 있었다.즉 전혀 푸른 바다가 아닌 검은 바다였다.아침이면 굴, 조개, 불 가사리 등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모두가 하나 같이 검은 굴, 검은 조개, 검은 불가 사리 등의 모습이었다고 한다.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 광경을?환경운동가들은 기 름오염으로 물고기들의 산란이 중지되고 어류뿐 아니라 모든 생태계가 파괴될 것으 로 전망하였다. 실제로 해마다 이곳을 찾던 바다 새들은 기름 냄새를 피해서인지 모습을 감췄고, 그나마 날아온 새들은 기름공격을 피하지 못한 채 기름 범벅이 되 어 죽어가고 있었다. 특별히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바다 새가 망연자실한 모습으 로 걸쭉한 기름뻘 한 가운데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땐 흡사 지구의 마지막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가지게 만들었다.


사실 해양 원유 유출사고는 지구를 위협하는 대형 인재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 동안 크고 작은 많은 원유 유출사고들이 일어났는데 그 때마다 엄청난 생태계의 파괴 를 당해야만 했다. 특별히 세계 최대의 해양 원유 유출사고로 알려진 1978년 프랑스 브리타니 포트샬 연안에서 일어난 사고와 미국 최대의 해양 원유 유출사고로 알려진 1989년 알래스카 해협에서의 원유 유출사고는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프랑 스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사고는 암초에 부딪친 유조선이 모두 6만 톤이나 되는 기름 을 바다에 유출시킴으로 주변 생태계에 치명적인 파괴를 가져왔고, 알래스카에서 일 어난 원유 유출사고는 선장이 음주 항해를 하는 바람에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모두 26만 배럴이나 되는 원유가 바다에 유출되어 엄청난 생태계의 파괴를 가져왔다. 해양학자들에 의하면 당시 58만 마리나 되는 바다 새가 떼죽음을 당했으며, 200만 마 리의 물개와 5500마리에 이르는 수달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태안에서 일어난 사고 또한 결코 만만한 것이라 할 수 없었다. 이는 자그 마치 그 양이1만톤을 훨씬 넘는 양이기 때문이었다.그 양은 서해안을 10년 이상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도 남을 엄청난 양이라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서해안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원유 유출사고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은 큰 근심과 시름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재앙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그저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바다 새처럼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그렇 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그렇게 넋만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팔을 걷어 부 치고 무엇이든 해봐야만 하였다. 해서 온 국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가 ‘태안으로’ ‘태안으로’ 향하였다. 기름 제거를 위해, 재앙과의 사투를 위해. 아름다 운 금수강산을 살리기 위해.


그로부터 3개월 후. 서해안에 ‘기적’이 일어났다. 태안 앞바다에 ‘기적’이 일어났 다.모래사장에서 다시‘바다 갯내음’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색 백사장이 모 래 빛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믿을 수 있는가? 어떻게 그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어느 날 갑자기 검은 기름띠가 깨끗이 사라졌기 때문인가?바다와 모래 사장이 자연 회복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인가?그 어느 것도 아니다.이는 ‘태안으 로’ ‘태안으로’ 향한 셀 수 없이 많은 국민들의 땀과 노력과 희생으로 말미암아 그 리 된 것이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로 인해서 이 같은 끔찍한 원유 유출사 고가 일어나게 된 것처럼, 비록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자연의 힘이 아닌 국민들 모두의 뭉쳐진 마음과 노력과 수고로 ‘서해안의 기적’ ‘태안반도의 기 적’을 일으켜 낸 것이다.바닷물이 아닌 기름 덩어리들로 인해 당시 ‘퍽 퍽’ 소리를 내던 태안 앞바다가 다시 예전처럼 ‘쏴아- 철썩, 쏴아- 철썩’하는 소리를 내고 있 다고 한다.태안 앞바다의 회복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태안 앞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된 이후 그 동안 하루 평균 만 5천명이 넘는 자원봉 사자들이 인간 띠를 이루었다고 한다. 해서 지금까지 백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 이 태안 앞바다를 다녀갔다고 한다. 결코 그 재앙의 바다를 구경하기 위해서가 아 니라 오직 더러운 기름띠,그 시커먼 기름띠를 닦아내기 위해서.사실 뉴스 영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띠를 제거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론 워낙 피해 지역이 넓은지라 그게 무슨 큰 효과나 있겠 는가 싶은 생각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땀과 정성이 효과를 거둬 지금 은 해수욕장 백사장이 모래 빛을 되찾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갈매기가 날고 청동오 리마저 되돌아오고 있다고 한다.참으로 감격스런 소식이 아닐 수 없다.이 같은 결과에 대해 세계가 감동하고 놀라고 있다고도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전문 가들조차 기름을 다 제거하고 원상대로 복구하는 데만 족히 10년-30년은 걸릴 것 이라고 추정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그 수십 년을 단3개월로 앞당긴 것이다.


검은 재앙의 아픔과 시름을 치유한 태안의 기적- 이는 전적으로 온 국민들이 내 일처럼,내 고향처럼 한 마음으로 매달린 결과라 할 수 있다.즉 온 국민이 이 일 의 영웅이라 할 것이다.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그들은 바다에서,해변에서, 갯벌에 서 혹은 바위틈에서 ‘기름띠’와 포기하지 않는 사투를 벌였다. 해변을 늘어선 수많 은 ‘인간띠’는 파도가 밀려들 때마다 손에 든 흡착포로 한 방울이라도 기름을 더 걷어내고자 안간힘을 썼다.고사리 손의 어린 아이에서부터 학생,주부, 노인, 심지 어 외국인까지 나이와 국경, 직업을 초월하여 모두가 기름투성이가 된 채 바가지로 기름을 퍼 날랐다. 처음엔 아무리 걷어내도 별로 표시조차 나지 않는 엄청난 양의 기름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과로로 쓰러져 가면서도 기름을 퍼내고 또 퍼냈다.그 결과 드디어 태안 앞바다의 기름을 대부분 걷어내는‘기적’을 일으켰 다. 어떤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바위와 차돌들의 시커먼 기름때를 닦아내었고 또 어떤 이들은 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해안 암벽이나 위험 지역 혹은 무인도 등 에 이르기까지 기름때를 닦아냈다. 정말이지 한편의 감동 드라마와도 같은 국민 승 리의 실화가 아닐 수 없다.


감사하게도 한국교회 또한 이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들었다. 한국 개신교 교회들은 태안 지역을 살리기 위해 재정 지원은 물론 봉사단 파견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태안반도의 복구를 위해 함께 힘을 썼다고 한다. 특별히 지원에 참여한 교회들은 개별 교회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한국교회 봉사단’이라는 이름하에 태안 살리기 운동을 가졌다는 것이다. 온 국민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자신 의 돈과 시간과 수고를 아낌없이 보태는 마당에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그래도 구태여교회 이름으로 태안을 살리기 위한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고 하니 여간 마음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늘 한국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만 듣다가 오랜만에 교회다운 역할을 하는 듯하여 다행스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 결과 지금 태안 앞바 다는 다시 푸르른 모습을 되찾고 있다.잃어버린 자연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되찾아야 할 것은 결코 태안 앞바다만이 아니다. 검은 재앙은 결 코 걸쭉한 기름이 뒤덮인 서해안만이 아니다. 이 세상은 또 얼마나 시커멓고 또 얼 마나 걸쭉한 죄악으로 뒤덮여 있는가? 그 결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푸른색을 찾아보기 어렵게 시커멓게 먹칠된 태안반도처럼 이 세상은 온통 시커먼 색깔로 도배질 되어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 도로 너무나 죄악이 관영한 세상이다.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바다 새의 모습,이 는 어떤 의미에서 시커먼 죄를 뒤집어쓰고 사는 우리 인생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럴지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우린 이 같은 세상을 정화시켜나갈 수 있어야 한 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간띠를 형성하여 더러운 기름띠를 하나하나 제거해 나간 것 처럼,그리하여 마침내 태안반도의 기적을 이끌어낸 것처럼,다시금 푸른 바다를 되찾고 다시금 갈매기가 날게 된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의 시커먼 죄악을 씻어내 고 이 세상을 푸르게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일은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 다.일부 사람들의 힘과 노력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인간띠 '를 이루어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더러운 기름을 걷어내고 닦아낸 것처럼, 모 두가 다 제각기 적은 분량이나마 최선을 다해서 더러운 죄악들을, 추한 세상의 모 습들을 닦아낼 수 있어야 한다.그럴 때 세상은 깨끗한 세상,밝은 세상, 살만한 세 상,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다. 우리 그리스도인 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세상의 기름띠, 사람들에게 묻은 온갖 더러운 기름때를 닦 아내야 할 사람들이다. '빛과 소금'의 역할이란 이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어두 운 세상에 빛을 밝히며 썩어져가는 세상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빛과 소금의 역할이요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삶이다. 그럴 때 이 세상의 시커먼 기름은 조금이나마 사라지게 될 것이다.그리하여 푸른 세상,살만한 세상 을 보게 될 것이다.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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