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삶


지난주만 해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몇 차례 빗줄기가 날리더니만
이 버팔로에 불쑥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하늘도 바람도 모두 가을색입니다.
문득 달력을 보니
고국에서는 추석 명절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도지는 병
갑자기 향수가 밀려듭니다.
그러나 이제는 기억이 아련합니다.
고국을 떠난 세월이 오래여서인지
명절을 잊고 산 지 오래여서인지
‘추석’이란 말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가만히 내가 사는 곳을 둘러봅니다.
하늘은 같은 하늘이로되
더 이상 고국의 하늘이 아닙니다.
사람은 같은 사람이로되
낯선 이방인들뿐입니다.
새삼 나그네임을 실감합니다.
그것도 돌아갈 본향마저 잃은
마음 황량한 나그네-

어차피 고향 잃은 나그네라면
기억조차 희미한 옛 본향보다
그만 새 본향을 바라볼까 합니다.
을씨년스런 계절마다
휘영청 둥근 달을 볼 때마다
노스탤지어 병에 빠지기보다
언젠가 가게 될 미래의 고향
그 하늘 본향을 꿈꾸며 지낼까 합니다.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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