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구


요즘 집수리를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4년간 현재의 집에 살면서 이곳저
곳 여러가지 작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언젠가 시간이 나면 해야지 하면서 미루어
두었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몰아서 한꺼번에 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이 제일 큰 문제거리이다. 한나절이면 되려니 생각하면 하루
꼬박, 하루면 되겠지 하면 이틀 사흘이 걸리는 것이 예사이다. 예상한 시간보다 보
통 두세배는 더 걸리는 것 같다. 미리미리 해둘걸 하는 후회가 막심이다.

지금까지 한 수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콘크리트 드라이브웨이 끝자락을
고친 일이다. 도로와 턱이 있는 탓에 차가 오르내리면서 충격을 많이 주어서인지
이사온 후 얼마 안되어 깨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여러 조각으로 깨져, 지날 때마
다 덜렁덜렁 거렸다. 작은 크기의 수리라 용역을 맡길 수도 없었다. 믹서기 차량
등이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가 되어야만
일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직접 해보기로 했다.

재어보니 12‐3 피트 거리에 8인치 정도 폭으로 얼마 안되는 크기이라 하루 정도면 해
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덜렁거리는 조각은 쉽게 떼어내었는데, 약간이
라도 땅에 묻혀있는 조각은 주위를 호미로 파고, 물로 적셔보고해도 꿈쩍을 하지 않았다.
아들 녀석이 이제는 제법 커서 힘깨나 쓰기 때문에 불러내어 둘이서 힘을 다해 보았는데
도 한계가 있었다. 곡괭이가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보
니 윤신원 장로님께 그런 도구가 있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락드렸더니 와서 필
요한 것들을 가져가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달려가 곡괭이와 그외에 장도리 등 쓸모있
을 것 같은 여러 도구들을 빌어왔다. 역시, 그것들을 사용하니 그렇게 단단하게 박혀있
던 콘크리트들이 쑥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아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며 자축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위에 부러진 콘크리트들을 치우고 보니 아래쪽에
또 다른 큰크리트 바닥이 버티고 있었다. 아마 이전 주인이 깨진 콘크리트를 다 파
내지 않고 대충 그 위에 땜빵을 해놓았던 것 같았다. 그러니 그렇게 쉽게 깨어졌
지. 드라이브 웨이 콘크리트는 최소 6인치 깊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상적으로
는 그 아래로 6인치 정도를 더 파서 자갈 등으로 깔아주어야 한다. 이 버팔로 지역
은 겨울에 땅속의 수분이 얼면서 팽창하기 때문에 그냥 땅 위에 콘크리트를 깔면
팽창하는 지반에 밀려 쉽게 깨지게 된다. 파낸 부분을 재어보니 한 4인치 정도 깊
이가 된다. 그러니 그 콘크리트를 깨고 8인치나 더 파야했다.

바닥에 깔린 콘크리트는 망치, 곡괭이 등 손으로 하는 도구로는 끄떡이 없었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하다보니 시간은 하루 이틀 자꾸 지나가고, 이래선 안되겠다 싶
어 홈디포의 장비를 빌리는 곳으로 가서 데몰리션 해머라는 기계를 빌렸다. 건물
등을 부술 때 두두두두 하면서 콘크리트를 깨는 장비이다. 영화 등에서나 보았지
실제 그런 종류를 직접 써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작은 것, 큰 것 두
종류 중에 경비를 아끼느라 작은 것을 가져왔더니 이건 콘크리트 표면에 흠집만 내
고 간에 기별도 안가는 것 같았다. 결국 불필요하게 대여료를 축내고 큰 해머를 빌
리고 나서야 작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상적인 깊이로 다 파지는 못하고
한 10인치를 파고는 자갈을 깔고 큰크리트를 덮었다. 그러기를 한 나흘이 걸렸나?
그래도 일을 마치고 나니 뿌듯한 느낌이었다. 덩달아 메일박스의 기초부분도 새로
콘크리트를 했는데, 일을 완성한 기념으로, 차마 드라이브웨이 수리한 부분에는 못
하고, 메일박스의 기초에 필자와 아들의 이름을 새기고 준공(?) 연도를 적고는 작
업을 마무리 했다.

집수리를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도구가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
무리 힘이 세어도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있는 반면, 아무리 힘이 약한 사람이라
도 적절한 도구가 있으면 못할 일이 별로 없다. 설사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이라
도 도구를 사용하면 더 빨리 더 쉽게 일을 해낼 수 있다. 사실 인류문명의 발전은
도구의 발달과 획을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돌로 만든 낫으로부터
현대의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등에 이르기까지, 도구는 인간생활의 규모와 질을
크게 향상시켜왔다. 이를 빗대어서 신앙생활에도 도구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보
았다. 스스로 애써서 하려고 해도 잘 안되는 일이 참 많은데, 신앙의 도구를 잘 사
용하면 더 쉽게 더 빠르게 더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럴만한 신
앙의 도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기도일 것이다.

필자는 기도를 통해 일이 해결되는 경험을 남과 다르게 많이 해보았다고 여기지
는 않는다. 그래도 기억남는 것이 있다면, 이곳 버팔로로 오기 전, 미국에 더 체류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할 때의 일이었다. 연수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시점
이었다. 아이들은 미국에 남아 교육받고 싶어하고, 사실 필자 자신도 더 훈련받은
후에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기회만 있다면 체류를 연장하
고 싶었다. 몇 군데 지원을 해보았지만 반응이 아예 없거나, 자리가 없다는 반응이
었다. 한군데 인터뷰를 했지만 최종 응답은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보수에 비해
자격이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막막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3일 금식기도를 하기로 했
다. 짧은 금식기간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실제 한 번 해보시라. 삼일이라도 그리쉽지 않다. 끝날 때쯤이면 최종식사 후 72시간이냐, 다음 끼니부터의 72시간이냐로
스스로 따지게 된다. 조금이라도 금식시간을 줄여볼까 하는 심산인 것이다. 아무튼
그 금식기도가 끝난 후 혹시나 해서 반응이 없었던 곳들에 연락을 해보았다. 그런데
버팔로에서 연락이 왔다. 이전의 메일을 못보았다고. 한 번 만나보자고.

기도를 일을 쉽게 해결하는 어떤 도구로 비유하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기도는 그저 수단으로 여기기에는 그 차원이 다른 신앙행위이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대화통로요, 교제의 장이다. 기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면, 기도를 통
해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귀울이고 그 분의 뜻을 알아가는 것이리라. 또한 하나님의
사역의 과정은 우리가 주도하고 하나님께서 힘을 보태어주는 식이 아닐 것이다. 하나
님께서는 그 분의 정하신 뜻을 당신께서 주도하셔서 일을 해가신다. 사실 우리가 신
앙의 삶을 통해 그 분의 행하시는 사역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볼때, 하나님께 구하고 그 분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
또한, 여전히 기도의 주요 기능 중 하나라 여겨진다. 사실 우리는 기도 때마다 하
나님께 무언가를 구한다. 예수님께서도 구하라고 하셨고, 문을 두드리라고 하셨다.
그럴 때 주실 것이고 문이 열리리라고 약속하셨다. 한편,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기
도할 때까지 그 분께서 우리를 통해 하실 일을 조금 미루어두신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도 우리의 신앙의 유익을 위해서가 아닐까?

필자는 지금 혹 제대로 된 도구없이 콘크리트를 깨겠다고 무식하게 덤비는 것처
럼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지 다시 반성해본다. 기도없이 내 힘으로 한 번 해보
겠다고, 결과가 뻔한 헛수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힘에 버거운 큰 문제들이
당장 눈 앞에 널려있는데, 깊이 기도하지는 않고 어쩔줄 몰라 하며 공연히 힘낭비
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들 문제들을 주신 것은 기도하라고 하시는 것일텐데.
내려놓고 이야기 하고 듣고 교제하자고 하시는 것일텐데... 아무쪼록 지금 맞닥뜨린
많은 문제들을, 또 앞으로 만나게 될 크고 작은 일들을, 호미로 어떻게 해보겠다고
계속 끌적거리고 있지 말고, 곡괭이, 데몰리션 해머보다 더 강력한 도구인 기도로
해결해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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