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가 지녔던 낡은 종이
그 아이는 세인트메리 초등학교에서 내가 처음으로 가르쳤던 3학년 학생들 중의 하나였다. 물론 내게는 그 34명의 학생이 모두 소중했다. 그러나 마크 에클런드는 특별했다. 살아있는 것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그 아이의 단정하고 밝은 모습은 가 끔씩 저지르는 짓궂은 장난들에 대해서조차 웃어넘길 수 있게 해주었다. 또 마크는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해서 나는 허락을 받지 않고 말을 해서는 안 된 다는 사실을 그에게 거듭 되새겨주어야 했다. 그러나 내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은 잘 못을 지적할 때마다 매번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하고 말하며 진지 하게 받아들이는 그 아이의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몰랐 지만 머지 않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말을 듣는데 익숙해졌다.
어느 날 마크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내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고 나는 풋내기 교사의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마크를 바라보며 “한 마디만 더 하면 입에 다 테이프를 붙여줄거야!” 하고 말해버린 것이다.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다른 학 생이 “마크가 또 말을 했어요!” 하고 불쑥 말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에게 마크를 감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 앞에서 벌을 주겠다고 이미 말하고 말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행에 옮겨야 했다.
나는 마치 그 일이 오늘 아침에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책상으 로 걸어간 나는 아주 의도적으로 책상 서랍을 힘껏 연 다음 테이프를 꺼냈다. 그리 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마크에게 다가가 잘라낸 두 개의 테이프를 그 아이의 입 위에 엑스(X)자로 붙여주었다. 그리고는 교실 앞으로 돌아갔다. 마크가 어떤지 돌아 보려고 내가 뒤돌아섰을 때 그 아이는 내게 윙크를 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마크의 책상 앞으로 다시 걸어가 테이프를 떼어 내고 어깨 를 으쓱하자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말은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 니다, 선생님!”이었다. 그 해 말부터 나는 중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게 되어 그 아이들과 헤어졌다. 세 월은 쏜 살같이 흘렀고 나는 마크를 우리 반에서 다시 만났다. 그는 어렸을 때보다 더 잘 생긴 모습이었고 여전히 공손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그 아이는 수학에 대한 설명을 잘 들어야 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처럼 말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어느 금요일 그 날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일주일 내내 우리는 수학의 새로운 개념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학생들이 점점 자신들에게 실망하면서 서로에 대해 날 카로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뒤틀린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상태로까지 번지기전에 막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종이 두 장에 같은 반 친구들의이름을 각각 띄어서 쓰라고 했다. 그런 다음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며 이름 밑에 그들의 가장 좋은 점들을 적어보게 했다. 그 작업은 남은 수업 시간 내내 계속되었고 학생들은 교실을 나가면서 그 종이를 내게 주었다. 종이를 제출하면서 찰리는 웃었고 마크는 “선생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라고 말했다. 그 주 토요일 나는 각 종이에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쓰고 그 아이에 대해 다른 아이들이 적은 내용들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아이들에게 각자의 평가 를 적은 종이를 나누어 주었다. 곧 교실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 속삭이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나의 이런 점이 정말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어!” “다른 아이들이 날 이렇게 좋아하는 줄 정말 몰랐어!” 그리고 그 쪽지에 대해 다시 언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업을 마친 후 아이 들이 서로 혹은 부모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나도 모른다. 내게 그건 중 요하지 않았다. 그 일은 목표를 이루었기에 학생들은 다시 자신과 그리고 다른 사 람들과 행복해질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그 반 아이들은 졸업을 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났다. 어느 날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부모님이 나를 공항에서 맞아 주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부모님은 여행에 대한 평범한 질문들, 날씨며 건강 등에 대해 물으셨다. 그리 고 대화가 잠시 끊어졌을 때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눈짓을 하며 “여보?”라고 말씀하 셨다. 아버지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늘 하던 대로 목소리를 가다듬으 셨다. “마크 에클런드가 어젯밤에 돌아왔어!” “어머 그랬어요? 몇 년 동안 통 소식을 듣지 못했어요. 궁금했었는데” 아버지는 조용히 대답하셨다. “마크는 베트남에서 전사했어. 내일 장례식을 치룰거야. 그 부모님은 네가 참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하셨어.” 아직까지도 난 아버지가 마크에 대해 말씀하시던 그 때 우리가 지나던 도로의 정확한 지점을 가리킬 수 있다. 나는 그때까지 전사한 군인들을 위해서 마련된 관 속 에 누운 병사를 본 적이 없었다. 마크는 너무 잘 생겼고 완전한 어른이 되어 있었 다. 그 순간 내 머리 속에는 ‘마크, 다시 말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모든 테이프를 다 줄거야’ 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교회는 마크의 친구들로 꽉 차있었다. 척의 여동생이 ‘전쟁가’를 불렀다. 그리고 비는 왜 하필 장례식날 오는 건지... 무덤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목사 님은 평범한 기도를 드렸고 나팔수는 음악을 연주했다. 마크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차례로 관 앞으로 걸어가 그 위에 꽃을 얹었다. 내가 마지막이었다. 장례식이 진행되 는 동안 관 옆에 서있던 한 병사가 다가와 물었다. “마크의 수학 선생님이셨습니까?”관을 바라보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크가 선생님 얘기를 많이 했어요.” 라고 말했다. 장례식을 마친 후 마크의 반 친구들 대부분은 점심을 먹기 위해 척의 농가로 향 했다. 마크의 부모님은 자리를 뜨지 않고 나를 기다리며 서계셨다. 마크의 아버지 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말씀하셨다.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마크가 전 사했을 때 이게 나왔다는군요. 선생님은 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갑에서 꺼내 보여준 것은 여러 번 접어 테이프로 붙인 낡은 두 장의 종 이였다. 나는 한 눈에 그것이 마크의 반 친구들이 적어줬던 그의 모든 좋은 점들이 적힌 종이임을 알 수 있었다. 마크의 어머니는 “그렇게 해주셨던 걸 정말 감사드려 요. 선생님도 보셨듯이 마크가 그걸 아주 소중하게 여겼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마크의 옛 친구들이 우리 주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찰리는 약간 수줍은 듯 미 소 지으며 말했다. “저도 제 걸 아직 가지고 있어요. 우리 집 책상 서랍 맨 위 칸 에 넣어 두었어요.” 척의 아내가 “척은 제게 자기 걸 우리 결혼 앨범에 넣어두자고 했어요.”라고 말하자 메릴린이 “저도 제 걸 가지고 있어요. 제 일기장에 끼워 두었 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비키는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지갑을 꺼내더니 낡고 닳은 종이를 꺼내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모두 이 쪽지를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결국 나는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마크를 위해 그리고 그를 다시는 보지 못 하게 된 그의 친구들을 위해.
헬렌 로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