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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주일 특집시> 사망을 쏘다
목회자 시/칼럼/시 - 포도나무 향기 | 2008년 03월 28일 18시 14분

<부활주일 특집시> 사망을 쏘다


I

날이 어슴푸레한 시각

슬픔과 적막이 자욱이 깔린

예루살렘 성 밖 무덤가 주변에

시신을 옮기는 무거운 발걸음들이 있었다.

그들은 낮은 그러나 비탄에 젖은

통곡을 쏟아내고 있었다.

너무나 허망했다.

아니 아직도 믿겨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마칠 수가 있는가?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오신 분인 줄 알았건만

이렇듯 비극적으로 가실 줄이야

그것도 가장 흉악한 범죄자마냥

끔찍한 십자가 형틀의 죽음으로.

이렇게 끝날 것이라면

하나님은 왜 그분을 보내셨단 말인가?

차라리 오시지나 말 것을.

음산한 무덤가에

희미한 호롱만 몇 개 흐느적거리는데

주님으로 모셨던 그분을 토굴에 뉘이고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훔치며

무덤가를 떠나는 아낙네들.

십자가를 진 것도 아닌데

발걸음은 왜 이리 천근만근인지

그저 참담하고 공허한 마음뿐

이제 세상 어디서 소망을 찾을 것인가?


II

어둠에 갇힌 예수

사망의 사슬에 묶인 예수

그의 시신은 그렇게 차운 흙바닥에 버려졌다.

더 이상 아무도 찾지 않는

그 습하고 냄새나는 토굴 속에.

온 우주가 요동하는 비극을 겪었음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밤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세상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다.

햇살도 어제의 그 햇살

대지도 어제의 그 대지

그리고 사람들은 여전히 밭 매는 일로

상업차로 분주할 뿐이었다.

십자가 사건은 벌써 잊혀진 듯 보였다.

죽은 자는 단지 죽은 자일뿐

더 이상 산 자의 세계와 상관없는 일

이제 모든 것이 다 끝난 것 같았다.

하나님의 계획은 좌절된 것 같았고

인간의 소망은 끝장난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사흘째 되던 날 미명녘.

칠흑 같은 어둠이 아직 스멀스멀할 적에

두 아낙네가 무덤가를 향하고 있었다.

차운 새벽이슬에 몸을 떨면서.

예수의 시신이 있는 무덤 가까이쯤 왔을까

갑자기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지진이 터졌다.

혼비백산 정신을 잃을 뻔한 놀라움,

순간 한 천사가 무덤 돌 위에 앉은 것이 보였다.

그 형상이 번개 같고 그 옷이 눈처럼 흰.

큰 두려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그들 앞에 다가서는 누군가가 있었다.

바로 주님이셨다.

살을 꼬집었으나 결코 꿈이 아니었다.

귀신인가 혹은 환상인가?

아니면 예수의 영인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달려가서 안아야 할지 엎드려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혹은 혼절해야 할지,

할 말을 잊은 채

예수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영원히 그렇게 굳어 있을 것만 같은 두 여인,

그들에게 예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내니 무서워 말아라!

전에 이른 것처럼 다시 살아난 것이다”

또 다른 지진이 온 몸을 강타했다.

“오오,주님,정말입니까?

정말 다시 살아나신 것입니까?”

그때서야 생전에 하신 주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장사한지 사흘만에 다시 살아 나리라던

“그러셨군요 주님!

오,그러셨군요 주님!

말씀대로 다시 살아나셨군요!

정말 살아나셨군요!"

참을 수 없는 감격 놀람 격정 환희 기쁨...

뜨거운 눈물이 두 여인의 볼을 타고 내렸다.


III

부활이었다.

그분이 죽음을 이기신 것이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는가?

제자들조차 이미 뿔뿔이 흩어졌는데

허망과 절망 속에서 보낸 이틀이었는데

그러나 그분은 다시 일어나셨다.

죽음을 이기셨다.

빛이신 그분은 어둠의 정수리를 깨치셨다.

그 철옹성 같던 죽음의 권세를

긴긴 싸움이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그러나 마침내 싸움은 끝이 나고

승리는 그분의 것이 되었다.

이 승리를 위해 얼마나 오래 참았던가!

이 새아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던가!

그리고 그 치룬 대가는 또 얼마나 컸던가!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

그분께서 속 시원히 사망의 권세를

끝장내신 것이다.

다시는 회생하지 못하도록,

다시는 꿈틀거리지 못하도록,

사망의 심장을 깊이 쏘신 것이다.

인류의 사망을

그리고 당신과 나의 사망을.

어느 사이 새벽 어스름이 가시면서

동편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다.

환희의 새 아침이 온 것이다.

거기에 어둠이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아, 그리고 그 눈부신 햇살

그것은 우리에게서 저주를 거두어간

찬란한 새 아침의 햇살이다.

어디선가 찬미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그것은 그분의 승리를 축하하는

온 우주의 회복을 기뻐하는

천군 천사들의 웅대한 찬미 소리.

또한 그것은 인류의 부활을 축하하고

당신과 나의 부활을 축하하는 찬미 소리.

점점 새날이 밝아오면서

그 찬미 또한 점차 커지는 듯했다

그리고 온 천지가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예수께서 사망을 이기셨다!”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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