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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생명 찾기- "Awakenings" 보기 -
그리스도인의 영화보기 | 2008년 05월 11일 22시 08분
 

숨겨진 생명 찾기- "Awakenings" 보기 -


의사의 기본 임무가 생명을 살리는 것이지만, 사실 이 는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의사의 역할이 그 저 죽어가는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켜주거나, 겨우 몇 개 월 혹은 몇 년 생명을 연장시키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병을 호전시키는 일조차 쉬운 것이 아니다.외과질 환인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병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성질환을 주로 다루는 내과의 사는 대부분 오랜 시간 병을 조절해주는 역할에 만족해야 한다. 필자의 전공도 내과이긴 하지만 세부전공이 감염질 환이라, 그래도 극적으로 호전되는 질환을 종종 경험하는 편이다.감염질환은 급성인 경우가 많고,또 항생제 등 치료제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렸던 10대 후반의 학생이다. 필자 가 전임의 수련을 받던 시절,그 학생은 밤늦게 응급실로 실려 왔었다.온몸이 불 덩이같이 뜨거웠고 의식이 전혀 없었다.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판단하고 진단 검사와 동시에 급하게 치료를 시작하였다. 밤중이라 혼자 환자들을 감당하느라 이 리 뛰고 저리 뛰다가 잠시 눈을 붙였다.몇 시간이나 잤을까,다음날 아침 환자의 병실을 찾았던 필자는 깜짝 놀라 자빠질 뻔 했다. 그 환자가 깨어나서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망률이 절반이 넘는 질환이지만 잘 치료하면 살릴 수 있다고 는 생각했는데,그렇게 빨리 호전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아마도 항생제와 함께 투여한 스테로이드의 효과가 있지 않았나 추측되었다. 뇌수막염의 치료에 스 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있지만, 혼수상태나 심한 신경학적 부작 용이 있는 경우에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사용했었다.


또 극적인 치료효과를 본 한 환자는,알콜중독으로 간경화에 걸린 환자였다.의 식이 혼미해져서 필자가 전문의로 근무하던 병원의 소화기 내과에 입원했었다. 간 경화 환자에서는 간성혼수가 흔하게 오기 때문에 그렇게 치료를 하다가, 열이 나는 것이 이상해서 감염내과에 의뢰를 해왔다. 필자는 환자의 혼수가 단순한 간성혼수 가 아닌 것 같았다. 혹 진균성(Cryptococcus) 뇌수막염이 아닌가 추측했다. 이 합 병증은 주로 AIDS 환자 등 면역기능이 결핍된 환자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에 서는 간경화 환자에서 가끔 발생한다는 것이 보고되었었다. 간경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서구에서는 아직 보고가 되지 않은 자료였다. 검사결과 환자는 크립토코쿠스 뇌수막염으로 진단되었고,항진균제로 치료받은 후 의식을 회복하였다.


영화 "Awakenings"는 아주 희귀한 극적 치료효과를 경험한 의사가 쓴 실화소설 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저자는 Oliver Sacks라는 분인데, 현재 Columbia대 신경 과 교수로,그가 젊은 의사시절,Bronx의 한 만성질환자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적었다. 영화 속에서는 Dr. Sayer로 등장하는데, 이 역을 Robin Williams가 연기했다. 그의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열정적인 캐릭터의 의사연기가 참 일품이다.


그 병원은 만성 신경질환자들을 그냥 수용하고 수발들어주는 정도로 돌보고 있었다. 이미 신경에 심각한 손상이 온 환자들에게서 어떤 치료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가능 성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Dr. Sayer는 몇몇 환자에서 이상쩍은 반응을 관찰한다. 아무런 표정도 없고 전혀 움직이지도 못하는 한 환자가 떨어지는 자신의 안경을 순간 적으로 줍는 것을 본 것이다.또 그 환자에게 공을 던져보니,그녀가 그 공을 붙잡는 것이 아닌가. Dr. Sayer를 이 관찰을 다른 환자에게도 적용해본다. 그랬더니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십 수 명이나 나타났다. 그 중에는 Leonard Low라는 남성도 있었다 (이를 Robert De Niro가 연기했는데, 그의 환자 연기는 정말 실감난다). Dr. Sayer가 계속 관찰해본 결과, 그들이 어떤 특정 자극에 의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어떤 이는 음악을 들으면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어떤 이는 누군가의 부 축을 받으면 걷기 시작했다. Leonard는 자기 이름을 부르면 뇌파검사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Dr. Sayer는 결론짓는다. 그들의 뇌는 완전히 마비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생각하고 있고 주위에 일어나는 일을 알고 있다.그들은 살아있다!


Dr. Sayer는 관찰에 그치지 않았다. 속에서는 살아있으면서도 바깥으로는 전혀 표정도 움직임도 없는 이들,이들의 공통적인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고들어갔다.그 들의 기록을 뒤지고 뒤져 찾아낸 그는 어떤 결론에 도달한다. 그들은 모두 한 때 유행했던 기면성 뇌염 (Encephalitis lethargica)을 앓았던 적이 있었다. 그들의 현 재 문제는 그 병의 합병증이었던 것이다. Dr. Sayer의 열정은 이에서 머무르지 않 았다.치료약을 찾아 나섰다.마침 파킨슨증 (Parkinsonism)의 새로운 치료제로 개 발되었던 L-Dopa라는 약에 그는 집중했다. 자신의 환자들은 파킨슨증 환자가 아니 었다.그렇지만 그 증세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을 간파했다.병원관계자들을 설 득하고 부모를 설득해서 Leonard에게 L-dopa를 시도한다. 점점 용량을 올려가던 어느 날 밤, Leonard는 30년이 넘는 긴 마비에서 깨어난다. 다른 유사증세 환자들도 L-dopa에 같은 극적인 효과를 보였다. 수십 년 간의 무표정, 무감각, 무동작의 상 태에서 깨어나 그들은 노래하고 춤추고 뛰어다녔다. Dr. Sayer는 숨어있던 생명들 을 세상으로 불러내었다. 아쉽게도 L-dopa의 효과는 지속적이지는 못하여 얼마 후 Leonard를 시작으로 Dr. Sayer의 환자들은 다시 마비상태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 나,잠시 동안의 소생이었지만,그 환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 라 믿는다.적어도 그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주위사람들에게 알려주었으니까.


Dr. Sayer의 이 체험은 그 어떤 의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적이고 특별한 종류였음에 틀림없 다.앞서 소개한 필자의 경험은,기존에 알려진 지식을 적절하게 사용하였거나, 잘 알려져 있지 는 않았지만 다른 이보다 먼저 취득한 정보를 적 용해서 얻어낸 효과였다. 그런데도 필자에게는 참 큰 기쁨을 주었다. 그런데 Dr. Sayer는 아무 도 관심을 주지 않는, 거의 죽은 거나 마찬가지 로 취급받던 환자들에게서 소생의 가능성을 찾아내고,새로운 질환군을 밝혀내고, 또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약을 시도하여 그 생명을 살려낸 것이었다. 그것 도 십 수 명을 한꺼번에.또 수 십 년의 공백을 깨고.그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 는 것이었으리라.


Dr. Sayer가 행운을 잡았다고 볼 수도 있다. 우연히 같은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모인 곳에서 일하여 그 문제를 파악해낼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다행히 극적 효과를 나타내는 약을 만날 수 있어 그런 경험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그의 관찰은 대단히 세심했다.그리고 그 관찰 을 잘 기획된 실험을 통해 더 구체화시켰다. 그리고는 관찰과 실험결과를 어떤 가 설로 엮어내었다.대단히 치밀한 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문제들을 접근해갔다.그리 고 치료약을 알아보는 직관력을 지녔다. 무엇보다도 환자들을 살려내겠다는 신념에 열정적이었다.환자에 대한 헌신과 사랑이 대단했다.Dr. Sayer의 이런 요소가 일 반적인 의사로서는 도저히 경험해보지 못하는 극적인 치료효과를 그로 하여금 맛볼 수 있게 하였다고 필자는 믿는다.


가끔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대하셨던 방식을 보면서 참 의아스럽게 생각하곤 한 다. 예수님께서는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기준으로 사람들을 보셨다. 권세가들, 학자들, 부자들, 명망가들, 이런 이들을 그리 좋게 보시지 않는 경향이 있 으셨던 반면, 가난한 이들, 소경, 거지, 문둥병자들, 창녀들, 세리들, 손가락질 받는 이들, 소외받는 이들, 죄인들, 아무도 좋게 보지 않는 이들을 가깝게 대하셨다. 어찌 보면 그 사회에서 죽은 자로 살아가던 이런 자들에게 예수님은 관심을 보이셨다.


왜 그러셨을까?그들 속에 숨어있는 생명을 아셨기 때문이 아니셨을까?가진 자, 높은 자,잘난 자 속에는 있지 않은,오히려 못난 이, 천한 이, 궁핍한 이들 속에 숨 겨진, 아직 살아있는, 아니 다시 살기를 열망하는 생명을 바라보셨기 때문이 아니셨 을까? 예수님이 만나셨던 사람들의 변화를 보면 그런 추측에 더 확신을 갖게 된다. 작은 어촌의 어부에 불과했던 베드로, 그러나 그의 숨겨진 생명이 예수님으로 인해 깨어났을 때,그는 초대교회를 이끄는 지도자가 되었다.창녀였던 마리아는 예수님 으로 인해 그 삶이 변한 후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순간까지 같이하는 마지막 사람 이 되었다. 난쟁이 세리장 삭개오는 예수님을 만난 후 동족의 피를 빨아먹는 매국노 에서 큰 손의 기부자로 바뀌었다.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도록 살기등등했던 사울 은 예수님을 만난 후,세계 역사를 바꾸는 전도자 바울이 되었다.예수님의 숨어있 는 생명에 대한 안목은 정말 탁월하셨다.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예수님처럼 숨겨진 생명을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또 그 분처럼,그 생명들을 단번에 불러일으키고 살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하지 만 Dr. Sayer 처럼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죽었다고 생각한 채 그냥 포기하지 말고,그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실험해보고,연구해볼 수는 있지 않겠는가?그들을 살릴, 그들의 숨겨져 있을 수도 있는 생명을 깨울만한 어떤 방안을 찾아볼 수는 있지 않겠는가? 그 중 다는 아니어 도, 단지 몇이라도, 혹 그들의 숨겨진 생명이 깨어난다면 그 얼마나 짜릿한 경험이 되겠는가?표정도 없고 움직이지도 못하던 이들이,죽었다고 생각되어졌던 이들이, 일어나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는 것은 그 얼마나 감격스런 일이겠는가? 아 무쪼록 우리 주위에 Dr. Sayer의 경험이 자주 재현되기를, 숨겨진 생명을 찾아 소 생시키는 극적인 체험이 빈번하게 일어나길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 김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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