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새 장을 열다
-첫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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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미국에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였다. ‘바락 오바마(Barack Obama)’라는
아프리칸 어메리칸(African American)이 마침내 제 44대 미 합중국 대통령으로 선
출되었다. 나는 밤늦은 시간에 CNN News를 통해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혼자서 감격에 잠겼다. 이는 새삼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력을 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미국이 살아있음을 더 나아가 미국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출 개표 실황을 시청하면서 나는4년 전의 개표 실황을 떠올렸다.당시
나는 ‘알래스카’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다. 그 알래스카의 깊고 추운 밤에 혼자서 대
통령 선출 개표 실황 중계를 시청하며 얼마나 아쉬워하고 얼마나 분통을 터뜨렸는
지. 당시 비록 투표권은 없었지만 내가 마음으로 지지했던 대통령 후보는 민주당의
‘케리(Kerry)’ 후보였다. 이는 내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케리가
미국을 위한 최상의 대통령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가 아니라, 또 다시 ‘부시’가 대
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내가 볼 때 부시는 잘못된 대통령이었다. 스스로 기독교 신앙인임을 자처하며 하
나님의 이름까지 팔아가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는 더욱 부아가 치밀었었
다. 잘못된 한 사람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하고 있으며 또 전 세
계가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가. 결코 그 같은 사람이 또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해서 당연히 ‘케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
였다.그를 통해서 전쟁의 종식을 기대하면서.그러나 미국민은 또 다시 부시를 대
통령으로 선택하였다.그 밤 나는 이 미국에 대해서,그리고 미국민에 대해서 너무
나 큰 실망을 하였다.미국에 살고 있는 것이 부끄러우리만큼.

그로부터4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버팔로’에서 4년 전의 좌절과 실망을 깨끗이
치유하고 있다. 미국민에 대한 실망을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실망을 깨끗이
치유하고 있다. 아니 실망을 치유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진일보한 미국의 민주주
의를 목격하며 한껏 고무된 가운데 있다. 이는 미국민이 이번엔 제대로 대통령을 선
출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정말 국민과 국가와 세계를 위해 바른 선택,성숙된 결
정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엔4년 전과 달리 나도 한 표 행사를 했지만.

나는 이번에 낙선한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 대해 ‘부시’ 대통령에 대해 가졌던
것과 같은 악감정(?)은 없다. 목사의 입장에서 볼 때 오히려 ‘매케인’이 ‘오바마’보
다 더 안심되는 후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는 ‘오바마’가 꽤 진보적인 사람인
데 반해 ‘매케인’은 보수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신앙고백 또한 ‘매케인’
이 더 분명하고. 그러나 ‘매케인’이 현 부시 대통령과 거의 노선이 같다는 것은 보
통 불안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라크 전쟁을 계속 수행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는 나로 하여금 그에 대해 고개를 돌리게 했다.미국의 장래를 위해서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밝히지만 그 같은 이유로 나는 ‘매케인’이 아닌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었다. 그럴
지라도 내 신분이 목사이기에 공적으로 특정후보에 대한 지지를 언급할 수는 없었
다. 그럴 경우 개인이나 교회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마당에 더 이상 말하지 못할
것이 뭐가 있으랴!

2

내가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단지위와 같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었다.무엇보다 이야말로‘미국 민주주의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코페르니쿠스적사건이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흑인이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된다? 이거야말로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야말로 꿈같은얘기 아닌가? 언젠가 TV 시리즈에서 ‘24시’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에서 흑인이 대통령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어딘가 어색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드라마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하였다.드라마에서조차‘흑인 대통령’이란 전혀 이 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는데 실제로‘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한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분명 우리가 사는 이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요 또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한 나라이다. 그러나 잠재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아직 인종차별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가 잘 알듯이 백인들이 여전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그 같은 이 나라에서 어떻게‘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아무리‘오바마’가 똑똑하고 탁월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선거를 하루 앞두고 많은 언론들이 오바
마의 승리를 점치면서도 소위 ‘브래들리 효과’(겉으로는 흑인을 지지하는 백인들이
실제 투표장에서는 백인에게 투표하는 현상)를 우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오바마’를 무너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이는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 역시 미국의 민주주의는 대단하였다.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여론 조사를 통해 나타났던 것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압승’이었다. 즉 ‘흑인’인 오바마가 거짓말처럼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그
것도 어렵게 당선된 것이 아니었다. 270명의 선거인단만 확보하면 승리하는 선거에
서 오바마는 그보다 훨씬 많은 364명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유권자의
표에 있어서도 수십 년 만에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당선자가 되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엄청난 혁명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써 미국민은 미국의 민주주의가 더
이상 백인만의 민주주의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 차별과 편견이 없는 진정한
민주주의임을 보여주었다.대통령 당선자인‘오바마’ 역시 당선이 확정된 다음 자신
의 정치 고향인 시카고에 운집한 수많은 청중을 향해 행한 연설에서도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 어쩌면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을지도 모
른다고.오늘 미국민들이 그들의 의구심에 대해 답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정말이
지 미국 민주주의가 큰 걸음을 성큼 내딛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 같은 엄청난 역사적 의미 때문에 나는 ‘오바마’를 지지했던 것이다.

또한 내가 ‘매케인’보다 ‘오바마’를 지지한 것은 ‘오바마’의 당선이 인종간의 화
합, 계층간의 화합 더 나아가 세계의 화합을 가져오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매케
인’은 사실상 ‘부시’ 정권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전쟁을 일으
킴으로 인해, 또한 세계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함으로 인해 얼마나 세계의 화합을
저해하였는가?화합은커녕 갈등과 긴장과 분쟁만을 초래하였다.그 옛날 평화의 사
도였던 미국이 언제부터인가 세계 곳곳에서 분쟁의 당사자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해 미국은 진작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인심을 잃었다. 만일에 ‘매케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그 같은 흐름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계의 평화
와 화합은 계속해서 요원한 문제가 되고 말 것이다.

반면에 ‘오바마’는 그 출신이 ‘케냐’(아버지가 케냐인)이면서 한때 ‘인도네시아’에
서 성장하였고 게다가 흑인이다. 또한 그 자신이 밑바닥의 삶을 경험하였고 대학
을 졸업한 다음엔 오랫동안 빈민층을 위해 봉사하기도 하였다. 아울러 그 자신이기독교인이면서 중간 이름으로 ‘후세인’이라는 모슬렘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실 그것 때문에 공화당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의 이름을 선거 전략에 사용하려
애썼던 것도 사실이다.마치 그가 중동의 테러리스트와 연계라도 되는 듯.혹은 그
를 선택할 경우 미국에 큰 위기라도 찾아오는 듯- 해서 그를 언급할 때마다 늘 강
조하여‘바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부르곤 하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민은 압도
적으로 ‘오바마’를 지지하였다. 이는 결코 잘못된 흑색선전에 넘어가지 않는 미국민
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의 사실들을 생각할 때 나는 ‘오바마’야말로 인종간, 계층간, 국가간의 화합
을 가져올 수 있는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렇게 할 수 있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게다가 ‘오바마’는 실제로 이 사회와 세계의 화합을
줄곧 자신의 선거 케치 프레이즈로 내걸곤 하였다. 그리고 이제 그 같은 사람이 미
합중국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나는 ‘오바마’야말로 이 사회의 화합과 또한 세계의
화합을 위해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세우신 ‘종’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됨으로 미국은 더욱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로 자리매
김하게 될 것이다.미국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무엇인가?‘아메리칸 드림’ 아닌가?
그런데 언제부터부터 그것이 서서히 빛을 잃어간 것이 사실이다. 이 미국마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빈익빈 부익부’요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자들은 계속해서 일어
서지 못하는 그 같은 사회가 되어가고 있었다.그런데 밑바닥에서 일어선 사람이,
게다가 이민자의 자식이며 심지어 부모조차 없이 조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이, 혼
자 힘으로 자수성가한 사람이, 그것도 흑인이, 단지 성공한 정도가 아니라 이 나라
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 이거야말로 이제까지의 모든 아메리칸 드림 가운데 절
정의 아메리칸 드림 아닌가? 즉 ‘오바마’는 이제 ‘아메리칸 드림’의 Role model(역
할 모델)이 된 셈이다. 이제 ‘오바마’의 성공 실화는 이 땅에 사는 모든 힘없는 자
들,가진 것이 없고 배경이 없고 미래가 불투명한 모든 사람들,특히 자라나는 2세
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얼
마나 그 의미가 큰 것인가.

끝으로 나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이야말로 모든 흑인들의 눈에서 눈물을 씻어
내는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흑인들이 누구인가?이 땅에 노예로 붙들려
온 이래 참으로 오랜 세월을 억압과 고난과 굴욕의 삶을 살아온 이들이 아닌가? 듣
기로는 흑인들이 노예 시절 이 땅에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만 1억 명이 넘는
다고 한다.참으로 불쌍한 인종이 아닐 수 없다.그들이 노예의 자리에서 해방된
것이 고작 146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흑인민권운동’을일으킨 것이 불과 45년 전이고. 그 ‘민권운동’이란 것도 의회에서 상하원이 되겠다
는 것도 아니고,잘 살게 해달라는 것도 아니었다.그들은 단지 인간다운 삶, 자유
와 평등의 보장 그 정도가 고작이었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백인들의 자녀들과 한
상에서 식사하게 되는 그것만을 소원했을 뿐이었다. 그들 가운데서 누군가 이 나라
의 대통령이 나온다는 것-이는 결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아니, 오랜 세기 동
안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으리라.

그런데 2008년에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것도 억지로 사정해서가 아니라, 인종을 초월하여 압도적인 전국적 지지를 받으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정말이지그들이 꿈꾸었던 것보다 너무나 빨리그들 가운데서 대통령이 나왔다. 아니,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레대통령이 탄생하였다. 그 감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이야말로 그들의 한이 한 번에 풀리는 대사건이 아닐 수없으리라.그들의 눈물이 한 번에 닦이는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으리라.

오바마가 시카고의 그랜드 팍(Grand Park)에서 당선 연설을 하던 날- 나는 그곳
에 모인 수많은 흑인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토크 쇼의 여왕‘오
프라’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오랜 세월 흑인 민권 운동을 주도했던 ‘제시 잭슨
목사’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리고 검은 피부색을 원망하며 살았을 수많은 흑
인들 또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한결같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
었다. 그 눈물은 오랜 세월 그들이 흘렸던 아픔과 설움의 눈물을 씻어내는 눈물이
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흑인됨을 자랑스럽게
여겼으리라. 그렇다면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 이 얼마나 엄청난 역사적 의미
가 있는 것인가. 이는 미국이 진 빚을 한 번에 갚는 사건이며 수많은 이들의 한을
한 번에 풀어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3

이제 선거는 끝났다.이제 대통령은 결정되었다.‘바락 오바마’라는 흑인이다. 이
제 남은 것은 맞닥뜨려야 할 냉혹한 현실이다.당장 무너진 경제를 되살려야 하고,
또한 선거로 인해 찢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오바마’는이 나라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가 국민들과 한 약속이기 때
문이다. 사실 그가 ‘흑인’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그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그가 ‘변화’를 약속했기 때문이고, 또 그가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
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화에 대한 열망’- 그것이 그가 대통령이 된 이유이
다. ‘오바마’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과제이다.

나는 44대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된 ‘바락 오바마’를 보며 우리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생각해본다.우리가 할 것이 있다면 그가 바른 대통령이 되도록‘기도’하는
것이다.사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오바마’보다는 ‘매케인’을 더
많이 지지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매케인’이 더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다는 이
유에서였다.어떻게 보면 답답한 사고들이 아닐 수 없다.진정한 신앙은 얼마나 하
나님을 잘 믿느냐,얼마나 성경을 잘 믿느냐가 아니다.진정한 신앙은 ‘하나님을 두
려워하는 자세’이다. 그 같은 사람이 참된 신앙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같은
사람이 정치할 때 바른 정치를 할 수 있고, 그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할 때 바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나는 보수-진보를 떠나 ‘오바마’가 진실한 그리스도인이라고 본다. 하나님 앞에
서 스스로를 낮출 줄 아는 겸손한 신앙인이요, 하나님의 뜻을 물으며 바르게 정치
할 사람이라고 본다.그렇기에 그를 지지하는 것이다.다시 말하거니와 우리가 할
것이 있다면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래야 하는 것은 그의 양 어깨에
이 미국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의 양 어깨에 세계의 평화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바라기는 그가 향후4년간 제대로 나라를 다스림으로 앞으로 4년 뒤에
지금보다 더 전폭적인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재선까지 될 수 있기를 마음으로 기
대해 본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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