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진정한 영웅 -아버지 날에 부쳐-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영웅’에 환호하는 시대이다. 미국은 더더욱 영웅에 환호 하고 영웅을 갈망한다. 그리고 영웅이 나타났다 싶으면 그 영웅에 한없이 빠진다. 최 근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바락 오바마’가 결정되었는데 그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 는 것 역시 다분히 영웅의 출현을 바라는 미국인의 기대 심리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40여년 전의 존 F.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무엇보다 미국인의 영웅 선호도를 잘 반영하는 것이 영화라 할 수 있다.

 시중에 나 오는 영화들을 가만 보면 상당수가 영웅 일색인 것을 볼 수 있다. ‘람보’에서부터 시 작하여, ‘스파이더 맨’ ‘다이 하드’ ‘록키’ ‘슈퍼맨’ ‘아이런 맨’ 이제 막 상영한 ‘헐크’ 와 상영을 앞두고 있는 ‘Hancock’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다 영웅들을 그리고 있다. 그와 같은 영화들을 들자면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영화의 주제들이 그와 같다는 것 은 대중이 그만큼 영웅을 선호하고 영웅에 열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제껏 영 웅들을 묘사한 영화 치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않은 영화가 없는 듯싶다. 그러나 영화 속의 영웅들은 허구적인 인물들이며 현실성이 없다. 아니 대부분 터 무니없기까지 하다. 하늘을 난다든지, 거미 인간이 된다든지, 지구를 지킨다든지, 혼자서 수백, 수천의 악인을 처치한다든지... 아무튼 그 내용이 유치하기까지 한 영 웅들 일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같은 영웅들이 그려지는 것은 그것이 사람들 이 요구하는 영웅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그 같은 영웅들에 조금도 지루해 하지 않고 매번 그 영웅들에 환호한다. 이는 그들이 자신들의 갈망을 대리 만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영웅은 그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그 보다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영웅이야말로 참된 영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누가 참된 영웅인가? 현실 속에 존재하는 영웅은 어떤 이들인가? 미국이 낳은 최대의 평론가라 할 수 있는 에머슨(Ralph Emerson)은 그의 ‘대표적인 인물 론’에서 여섯 명의 영웅들을 논하고 있다. 그들은 모두 역사 속에 실재했던 이들로 이미 인류사에 큰 기여를 한 이들이기도 하다. 우선 철학자로서 ‘플라톤’을 들고 있으며, 신비가로서는 ‘스웨덴 보르그’를, 회의가로서 는 ‘몽테뉴’를 들고 있다. 그리고 시인으로서는 ‘셰익스피어’를, 한 시대를 떨친 영웅으로 서는 ‘나폴레옹’을, 작가로서는 ‘괴테’ 등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에머슨은 영웅이라고 해 서 상하귀천의 구별이나 인종과 민족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며 그들 또한 보편적인 사 람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하였다. 에머슨다운 멋진 영웅론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결국 영웅이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존재이며 그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영웅의 실재를 제대로 꿰뚫어본 공감이 가는 영 웅론이 아닐 수 없다. 그 같은 에머슨의 영웅론을 굳이 빌리지 않아도 나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최고 의 영웅은 우리 주변에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즉 진정한 영웅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바로 그들이 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이랄 수 있다. 어제 Best-Buy에 들렀다가 그곳 한 모퉁이에 이런 문구가 적혀져 있는 것을 보았다.

“Our Dad is the biggest hero of all.”
(“우리들의 아버지는 모든 영웅들 가운데 최고의 영웅이다”)

 물론 아버지날이기에, 그리고 아버지들에게 선물을 하자는 다분히 상혼이 배인 상투적인 문구이긴 하지만 그날따라 그 문구가 비수처럼 내 마음에 와 박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이는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는 영화 속의 영웅들, 비록 허구의 존재들이긴 하지만 그 영웅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이 우리를 악에서 건져내며 또 지 켜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스파이더맨’을 보라! ‘배트맨’을 보고, 또 ‘다이 하드’나 ‘슈퍼맨’을 보라! 하나 같이 사람들을 악의 손에서 건져주는 일을 하고 있 지 않은가? 그런데 가만 보라!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분 들이야말로 우리를 날마다의 삶 속에서 보호하며 지켜주며 또 모든 위험에서 건져 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하나님이 세우신 대리자들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버 지를 주셔서 그 아버지로 하여금 하나님의 일을 대신하게 하시는 것이다. 즉 하나 님을 대신하여 우리를 악으로부터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들’이 야말로 바로 우리들의 영웅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허구의 영웅들처럼 그 들에게 초인적인 파워가 없을 뿐. 어떻게 보면 우리의 ‘아버지들’은 허구의 영웅들 보다 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단한 파워도 없으면서 우리를 보호하 고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면 우리들의 영웅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의 아버지들은 현실성 없는 허구의 영웅들보다 오히려 훨씬 나은 존재들이다. 즉 허구의 영웅들은 단지 우리를 악에서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우리의 실제적인 영웅인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까지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영웅이 우리의 아버지들이 하듯이 우리에게 늘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주며, 우리의 필요를 살펴주는가? 결코 그 같은 영웅들은 없다. 오직 우리의 아버지들뿐 이다. 그렇다면 ‘아버지들’이야말로 모든 영웅 가운데 최고의 영웅, 우리들의 진정 한 영웅 아닌가?


 영웅들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사람들을 위해 그 자신을 기꺼이 혹은 철저하게 희생한다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게 되면 스파이더맨이 기차에 탄 사람들 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온 몸을 기꺼이 내어던지는 그 같은 내용을 볼 수 가 있다. ‘다이 하드’에서는 한 형사가 위기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mission을 수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 죽음조차 불사하며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다. 물론 영웅들이 등장하는 그 밖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내용들이다. 이처럼 영웅들의 특징은 사람들을 위 해 희생하는 모습이다.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들이 그렇지 않은가? 영웅들이 보여주듯 드라마틱하게 희생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따름이지 우리를 위해 최고의 희생을 아끼지 않는 존재가 있다면 누구인가? 바로 우리의 아버지들이다. 이 세상 어느 아버지가 자식들을 사랑 함에 있어 자신을 아끼는가? 이 세상 어느 아버지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 주지 않으며 또 가장 좋은 것을 주지 않는가? 그 같은 아버지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정상적인 아버지라면 말이다. 그렇기에 성경은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보여주고 있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 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마태복음 7장 9절-11절)

 그렇다 악한 자일지라도 그 자식에게 있어 아버지란 ‘영웅’이다. 이는 하나님께 서 모든 아버지를 그와 같이 만드셨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버지가 우리를 위해 그 처럼 희생하는 존재라면 그 같은 분이야말로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있 을 것이다. 영웅들은 또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 바라는 것 을 시원스레 해결해줌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충족감을 안겨주며 카타르시스를 선사 한다. 이것이 영화 속에 나타나는 허구의 영웅들이 보여주는 모습이거니와 각종 스 포츠의 스타플레이어(Star Player)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가히 환상적인 플레이를 펼침으로 일반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며 삶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의 아버지들 또한 그 같은 이들이다. 그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가정 안에서 자식들에게 삶의 즐거움과 행복과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존재들이다. 이는 하나님 께서 아버지들에게 맡기신 역할이기도 하다. 자식들과 함께 놀아주고, 함께 여행하 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사랑하는 가운데 자식들은 삶의 가치와 즐거움과 만족함 을 얻게 된다. 아버지로 인해서 말이다. 이는 사실 그 어떤 영웅도 해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아버지들은 얼마나 대단한, 자상하면서도 실질적인 우 리들의 영웅인가! 영웅들의 또 다른 특징이 있다면 사람들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을 악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준 다음 소리 없이 어디론가 사 라질 뿐이다. 만일 영웅이란 자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대가를 바란다면 그는 더 이상 영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그렇지 않은가? 어느 아버지가 자식에게 대가를 바라고 그들을 양육하며 그들을 위해 희생하는가? 어느 아버지도 그런 아버지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아버지들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우리들 의 진정한 영웅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아버지날이다. 이 소중한 날에 자식 된 이들이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버지께 ‘공치사’를 드리는 것일까? 혹은 특별한 선물이라도 선사하는 것일까? 우 리의 아버지들은 우리에게 그 같은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가 할 것이 있다면 그저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을 인정하고 그분에게 감사하며 환호하는 것뿐이다. 나는 영웅들이 나오는 영화들에서 사람들이 때때로 영웅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환 호와 경의를 보내는 것을 보곤 한다. 그때마다 영웅들은 뿌듯한 보람과 긍지를 느 끼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그들은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지만 그럼에 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한 일을 인정해주고 감사하고 환호를 보낼 때 힘을 얻곤 한다. 그것이 영웅들을 견디게 해주는 유일한 힘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 ‘아버지들’ 또한 마찬가지이리라. 그분들은 우리에게 아무것 도 바라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영웅들이 그러하듯이 인정해주고 감사하는 그 공치 사마저 원치 않는다. 그럴지라도 자식들은 기꺼이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들의 영웅인 아버지들에게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지친 날개에 힘을 실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꼭 그래서가 아니다. 그 분들이 우리를 위해 어떻게 희생했고 어떤 삶을 사셨는가를 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마땅히 우리의 아버지들에게 감사와 환호와 경의를 보내야 할 것이다.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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