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현상
집중현상
미국의 심리학자인 리처드 와이즈만(Richard Wiseman)이라는 사람이 쓴 "고릴라
를 보셨나요?"(Did you spot the gorilla?)라는 책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번은 일리노이 대학과 하버드 대학의 두 심리학자가 '집중현상'과 관련한 이런
실험을 하였다고 한다. 일단의 사람들에게 농구 시합을 참관하도록 하면서 한 가지
과제를 내주었는데 이는 한쪽 팀의 사람들이 전부 볼을 몇 번이나 패스하는지, 그리
고 볼을 얼마나 드리볼 하는지(즉 땅에 몇 번이나 볼을 튀는지) 세도록 하는 것이었
다. 그러자 과제를 받은 사람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오직 그 일에만 몰두하여 누가
우산을 들고 실내를 지나갔는지, 심지어 일부러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을 그 경기장
옆에 지나가도록 만들기까지 했는데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아니
지나간 정도가 아니라 그 고릴라 변장을 한 사람이 중간에 멈춰 서서 고릴라처럼 가
슴을 두드리기까지 했는데 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만약 볼을 패스
한 횟수와 드리볼한 횟수를 정확하게 세는 사람에게 상금까지 걸었더라면 절반 정도
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가 그 경기장을 오갔는지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사람이 주의를 집중할 경우, 그 집중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다른 것이 보이
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
을 경우 아무리 커다란 움직임이 그 사람 주위에서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종종 보면 자녀
들 가운데 책에 한번 붙들리면 옆에서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심지어 자기 이름을 불러도 알지 못하고 책 속에 푹 빠지는 그런 아이들이 있다.
모두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갖는 장점이 있다면 두 가지를 들 수가 있다. 하나는 '높은 성취
도'이다. 사실 역사상 큰일을 이룬 사람들, 특히 학문적인 일에 있어 큰 업적을 이
룬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상당한 집중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집중도가 높았기에 그만큼 남보다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었고 또 남보다 더많은 것을 깨닫거나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집중도가 높은 만큼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앞의 실험
이 보여주듯이 자기 일에 특히 몰두하는 사람은 남이 뭐라고 하든 남의 말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환경이 열악하든 말든, 환경이 어렵게 되든 말든 개의치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한다. 물론 환경이 좋아진다고 해서 그 하는 일이나 의식이 해이해지지도
않는다. 그 결과 그들은 뜻한바 자신들의 일을 크게 성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 같은 '집중현상'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
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것이다. 다음 구절들은
그리스도인의 그 같은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
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라"(로마서 14장 8절)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고린도전서 10장 31절)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든 이제 그리스도인이 된 다음엔 '집중현상'
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을 위한 삶'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다
른 모든 주위의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애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하나님'께 우리의 시선을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자연히 주위
의 것들 혹은 환경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울의 고백은 참으
로 의미심장한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는 말하기를 '그리스도'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
배설물'로 여긴다고 했다.(빌립보서 3장 7-8절 참조) 즉 이제껏 자기 삶에 가장 중요
하게 여겨졌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더 이상 전혀 중요한 것이 되지 못함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집중현상'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엔 단점 또한 크다.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주위에 특기할만한 큰 움직임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이기심과 결합될 때에 그 결과는 자못 심각하다.
즉 철저하게 주위에 대해, 다른 사람에 대해 무관심하게 되는 것이다. 오직 자기밖
에 모르게 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제품이 하나 있다면 iPod라는 것이다. 손 안에 들
어오는 핸드폰 반 토막만한 크기의 작은 전자제품인데 그 안에 수천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고 심지어 웬만한 영화까지 그 안에 넣을 수 있다고 한다. 그 같은 기기(器機)들을
볼 때마다 참으로 대단한 시대(?) 시대를 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시대가 시대인
지라 우리 아이들 역시 iPod를 가지고 있는데 늘 그것을 휴대하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결과 함께 차를 타도, 함께 어디를 가도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
이들은 그 iPod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일부러 대화하려면 그 iPod를 끄
게 한 다음에 대화해야 한다. 그 아이들은 '집중현상'으로 인해 바깥 세계와 차단되어
있다. 아니, 이제는 '집중'을 넘어서서 '고립'의 세계에 들어가 있음을 보게 된다.
나는 '그리스도인'이 '집중현상'의 장점을 취할 필요는 있지만 이 '집중현상'의 단
점은 철저하게 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그리스도인
개인의 삶은 오직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집중현상'을 가져야 하지만 교회생활에
있어서는 '집중현상'이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교회생활에 있어
집중현상이 나타날 경우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자
신만 알게 되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리
스도인다운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자신만 알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것-
이는 죄성에 사로잡힌 인간의 본성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결코
그 같은 모습의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이란 더 이상 죄성에
사로잡힌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기중심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성경은 우리에게 그리스도인의 삶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잘 가르쳐주고 있다. 다
음은 그것을 보여주는 몇 구절들이다.
"각각 자기 일을 돌아 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빌립보서 2장 4절)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갈라디아서 6장 2절)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히브리서 10장 24절)
이상의 내용들은 그리스도인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내용
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교회생활에 있어선 결코 '개인적인 집중현상'을 가져서
는 안 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집중현상'을 가질 것이라면 남들을 돌아보고,
남들의 짐을 지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꼭 기억할 것- 그것
이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최첨단의 테크놀로지로 인해 점점 더 '관계'가 사라지고
점점 더 자기에게로 고립되는 그 같은 시대가 되었다. 이 같은 시대 속에서 우린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저절로 남들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되는 그 같은 삶을 살기가
쉽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다른 삶을 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시대
와 세월을 역행하는 삶이다. 아니,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우리만의 삶
이다. 그것은 스스로는 '하나님께' 집중하는 삶을 살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열
려있는 삶, 다른 사람들을 살피고 돌아보는 삶이다. 모두가 그 같은 삶을 살므로
하나님과 사람 앞에 칭찬 듣는 그리스도인들이 다 되기를 바란다.
✎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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