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200킬로그램의 벵갈 호랑이와 함께 태평양 한가운데 구명보트 위에서 227일 동안이나 표류하며 누군가에게 구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나는 어떤 심정일까?


소설, ‘life of pi’는 생존을 위한 야생적인 식욕만이 존재하는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227일간 바다 위에서 사투를 벌인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소년의 처절한 인내와 의지는, 우리가 왜 전혀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찰의 기회를 갖게 합니다.


열여섯 살 소년 파이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고 순수한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아버지는 주변 상황이 점차 불안해지자 캐나다로의 이민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동물들을 싣고 태평양을 건너던 배는 불행하게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가라앉게 되고 파이는 한순간에 가족과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구명보트에 벵갈 호랑이(리차드 파커라는 이름으로 불림)와 단 둘이 남게 된 ‘파이’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호랑이를 길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의 영역과 서열을 구분하고,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호랑이의 물과 먹이를 준비합니다.  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치열한 노력의 시작입니다. 공포는 죽음이 만들어낸 허상이지만, 희망의 소멸은 죽음 자체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지요.


작열하는 태양, 주변을 맴도는 상어떼들, 허기와 갈증의 고통 이외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와 참을 수 없는 권태가 끝없이 그를 괴롭힙니다. 고통 속에 리차드 파커와 파이의 기력은 점점 쇠진해 가고 영양실조로 죽음의 문턱에 놓인 리차드 파커를 보며, 파이는 리차드 파커가 이제는 더 이상 자신에게 공포의 대상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죽고싶을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을 지탱 할 수 있었던 것은 리차드 파커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를 진심으로 염려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227일 후 구명보트는 멕시코 해안에 닿게 되고 호랑이는 무심하게 떠나버리고 파이는 구조됩니다.


파이 가족이 탔던 화물선 회사에서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직원들이 파이를 찾아옵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자 파이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소름이 끼치는 이야기의 반전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파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이야기가 정말 사실일까? 그것이 정말 일어난 일일까? 저자 ‘마텔’과 ‘파이’가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어떤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것이 비록 완전한 거짓이라 할지라도 진실이 된다. 인생은 이야기이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좀 더 멋진 이야기를 선택하면 되지 않겠는가? 눈에 보이는 것들만을 믿으려고 하는 사람들이여, 조금만 상상력을 내어보자.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건 그대들의 빈약한 상상력 때문이다. 신은 존재한다. 그것은 이렇게 내가 살아남음으로써 증명하지 않았는가? 나는 227일 동안 잔혹한 호랑이와 함께 험난한 태평양에서 살아남았다. 어느 쪽이 진실인가는 그대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메마르고 부풀리지 않은 사실적인 이야기, 그리고 사랑의 환상과 기적이 공존하지만 우리의 눈과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당신은 어느 쪽의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파이는 신을 사랑하는 소년이었습니다.

"신을 사랑한다."

라고 말하는  파이의 고백은, 피동적으로 신에게서 사랑받기만을 갈구해온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신은 나를 사랑해줄 대상이지,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은 자신에 대한 사랑을 시험하기라도 하듯이 파이를 극한의 고통 속으로 몰고 갑니다. 온갖 시련을 겪은 후 구조되기까지 파이는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은 신과 믿음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고난에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인생의 참 뜻을 발견합니다.  도전이 있어 발전을 이루듯이, 때론 고난이 삶의 원천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은 좋고 아름다운 무엇만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무엇이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네가 없었으면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리처드 파커, 고맙다. 내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 

227일간, 일초 일초, 매 순간순간이 죽을 고비였을 파이의 고백입니다. 자신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희망마저 삼켜버린 거대한 바다, 그 막막하고 무거운 어둠의 절망 속에서 그를 구원한 것은 분명 '리처드 파커' 호랑이었습니다. 언제든지 자신을 먹잇감으로 삼켜버릴 수 있는 맹수 호랑이가 존재했기에, 꿈 꿀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바다 위 작은 구명보트에서 파이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파이는 구조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파이가 구조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절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삶에 만족하지 못해 절망 속에서 허덕이는 당신과, 끝이 보이지 않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표류하듯 고된 삶 속에서 아슬아슬한 여정을 하고 있을 누군가도, 파이와 함께 웅장하게 솟아오르는 수평선의 태양을 맞이할 수 있기를, 늘 희망을 꿈꾸며 믿음 안에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오 지 영 교우


- 2006년 7월 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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