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BKPC
Dear BKPC
2007년 3월 7일 저녁 버팔로에 도착했던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살던
곳이 따뜻한 부산이라 날씨에 대해 상당히 긴장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세계에 온다
는 기대감도 더해져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런 복잡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부산
동아대 병원 감염내과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과 특성상 사람이 별로 없어 저 혼자
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교원으로서 조그만 특권으로 주어지는 외국 장기 연
수를 가기가 어려웠고 그런 기회를 가지는 선배님들이나 동료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갈 때 저의 작은 소망을 들으시고 주님
께서 안식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막상 연수를 가기로 결정을 하고 나니 좀 막막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 영어 문
제로 미국에 많이 가기에 저도 가보고 싶었지만 오라는 데가 없으니... 그러다가 연
락이 된 분이 김성민 장로님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김성민 장로님과의 인연은 참
특별합니다.처음 뵌 것이 제가 서울 삼성의료원에서fellowship 과정을 할 때 감염
내과 교수님으로 계셨을 때니 벌써 10년 전입니다. 제 고향이 벚꽃으로 유명한 진
해인데 마침 김성민 장로님도 진해가 고향이시라 동향 후배라고 저를 동생같이 돌
보아 주셨지요.그런데 이렇게 안식년으로 버팔로에서 다시 뵐 줄은 몰랐습니다.
영어도 못하는 부산 촌놈인 제가 김성민 장로님이 안 계셨으면 적응하는데 고생했
을 것입니다.주님께 감사할 따름이지요.장로님을 따라 나오게 된 BKPC에서 우리
가정을 가족이상으로 사랑해 주신 목사님, 장로님들, 교우들을 만나게 된 것도 큰
축복이었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입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동안 전형적인 Sunday Christian이었습
니다. 좋은 부모님을 만나 큰 어려움 없는 삶을 살아서인지 어릴 때는 그냥 부모님
따라 교회를 다녔고 커서는 왠지 안 가면 뭔가 손해 볼 것 같은 막연한 심정으로
교회를 다녔습니다.집사람을 만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집사람이 주님을
만나고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저는 무덤덤했습니다. 집사람이 저를 항상 목석
같다고 하지만 워낙 주변머리가 없고 사회성도 없어 사람을 잘 못 사귀고 혼자만의
세계에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저의 모습과 달리 속으로는 주님을 만
나고 기쁨으로 뜨겁게 교회생활 하는 분들을 보고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과연 저들
이 느끼는 것이 무엇일까?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기쁘게 만드는 것일까?그래서 성
경도 읽어보고 했지만 도무지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안 가면 안되니 스스로
가는 것이 아니고 매사에 끌려 다녔습니다. 집사람이 교회 반주를 하니 명색이 집사인데 봉사는 해야 되겠고, 그냥 폼도 나면서 오히려 묻혀 있으면 되니 편할 것
같아서 성가대에서 봉사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미국 연수를 가야될 때가 되니 뭔가 다른 영적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았
습니다. 그래서 집사람을 따라서 기도회에 나가기도 하고 믿음이 좋은 분들과 소그
룹 모임에도 나가 보았습니다.그래도 별 효과가 없었죠.그러다가 병원 신우회 선
배 교수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분이Christian인지 몰랐는데 연수를 다
녀오시고 하시는 말씀이 미국에서 주님을 만났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미국
에 가면 주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 저로서
는 절박했던 소망을 품게 되었고... 드디어 이 버팔로에서 주님을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눈물 콧물을 흘리면서 몸으로 체험하는 그런 뜨거운 만남은 전혀 아니
었지만, 주님께서 오히려 저에게 딱 맞춰서 저의 방식으로 그 모습을 보여주셨습니
다. 할렐루야!
막상 주님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감사하기는 한데 뭔가 허전했습니다. 주
님 목소리도 듣고 싶어졌습니다.그래서 성경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저는
성향이 뭔가에 일단 빠지면 몰입하는 스타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데, 대학 때는 body building에 미쳤었고, 그러다가 tennis에 빠지고 최근에
golf에 중독이 되었었습니다. 레슨도 받지 않고 혼자 스스로 스윙원리를 찾아보겠다
고 읽은 책이 수십 권입니다. 집 안에서 스윙연습을 하다 보니 천장에 구멍이 날
뻔도 하였고 아이들이 다칠 뻔한 적도 많습니다. 집사람 잔소리는 또 얼마나 심했
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멈추지 않았지요.지금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
꼈던 것 같습니다. 그 열정으로 성경을 읽었으면 수십 번도 더 읽었을 텐데 말입니
다. 신앙생활도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러
면서 우리 김현진 목사님의 비유 설교에 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졸기도 했지만 차츰 그 설교에 중독되어가는 저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다는 기억
이 나지는 않지만 지난 주 들었던 “씨앗”에 관한 비유 설교를 들으면서 제 속의 뭔
가가 깨지는 듯한 체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전에는 느껴본 적이 없는 경험이
었습니다.
지난1년 동안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저에게는 완벽한 안식기간이었습니다.영
과 육으로 회복되는 체험을 한 것이 가장 크게 감사할 것이고 개인적으로 모자란 부
분들도 많이 채워졌음을 느낍니다. 가족들과도 그간 가지지 못했던 시간을 가지면서 가족애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이 모든 것이BKPC 사랑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진
심으로 고백합니다.
워낙 글재주가 없어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이제 한국으로 가야 할 시간
이 다가오면서 모든 분들께 편지 형식으로 감사를 표현해 보려고 했었는데 쓰고 보
니 개인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 같습니다. 그 동안 보여주신 여러분들의 사랑에
표현할 감사의 말을 찾기가 정말 어렵네요. 월요일에 서경선 장로님 댁에서 김세훈
씨와 저희 가정의 송별 식사가 있었습니다. 식사 전 예배를 드리는 중에 목사님께
서 야곱에 관한 성경 말씀을 주셨습니다. 야곱이 비록 고난의 길을 떠나더라도 주
님께 함께 하셨다는 축복 말씀을 주실 때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저는 야곱처럼 여기가 저의 고향이고 한국으로 잠시 떠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제 가슴에 주님께서 주신 사랑의 씨앗을 품고 이제 한국으로 갑니다. 김석연 장
로님의 열정적인 삶이 저에게 많은 도전의 씨앗 역할을 하였고 주님이 주신 비전을
실천해 가시는 많은 BKPC 교우들이 제 도전에 싹을 틔워주셨습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BKPC의 이야기를 달고 살 것 같네요. 여러분 모두의 삶에 하나님께서 놀
라운 축복으로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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